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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03. 2022

00. 캐나다 프롤로그

이뽈)

 한국에 잠시 들려야 했다. 22살 호주 어학연수를 위해 만들었던 10년짜리 여권을 갱신해야 했다. 2016년 3월 출국을 해서 2018년 7월에 입국을 했다. 그동안 한국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고 역대급 한파와 함께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친구 중에 기혼자가 하나둘 생겼고 우리 집이 리모델링이 되었다. 내가 없는 한국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 한 달 동안 있으면서 참 바빴다. 환갑 선물로 아빠와 함께 5박 6일 홋카이도를 여행했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만났다. 가장 중요한 일은 앞으로의 세계여행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처음이 될 배낭여행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짐을 꾸렸다. 캐리어가 아닌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설렘이었다.

배낭 메고 가는 배낭여행의 시작

 북미부터 남미까지의 6개월간의 여행 일정과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쳐 마지막으로 아시아를 여행하는 9개월 간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그리고 여행의 신호탄으로 캐나다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여행 준비 기간 동안 가장 큰 실수는 미흡한 캠핑카 여행 준비였다. 사실 미리 알아보는 것이 정말 귀찮았고, 귀찮았다. 우리의 귀차니즘이 로키산맥 여행의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는 것도 모른 채.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상상도 못 한 채.


 함께 호주로 워홀을 갔지만 세컨드 비자를 획득하지 못하고 1년 먼저 한국에 온 언니와 삐래와 함께 캐나다와 미국을 여행하기로 했다. 호바트와 휴온빌에서 셋이 살았던 7개월의 시간 덕분에 셋의 여행은 순항이지 않을까? 삐끗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린 대화로 풀어가겠지. 그리고 내 동생 팔두가 라스베이거스에서 합류해 샌프란시스코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개구쟁이 신선한 멤버의 등장은 여행의 빅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기대되는 여행.




삐래)

 얼마 만에 안겨보는 엄마 품인가. 딸이 더 넓은 세상에서 경험하고 배우며 더 넓은 시야를 갖길 바랬지만 서로 떨어져 있던 2년 동안 내가 무척이나 그리워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수백 번이고 삼켰을 것이다. 따뜻한 안부인사 후 엄마의 밥상으로 돌진. 그동안 아주 잘 먹고 다녔는데도 엄마 밥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엄마의 넘처나는 사랑만큼 나의 몸은 점점 불어갔다. 굴러다니기 일보 직전. 그리웠던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의 이야기보따리를 푸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입을 놀려도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만나서 하자’로 마무리되었다.


 푸닥거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3개월간의 유럽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같은 백수 처지이자 여행자인 이뽈과 여행 일정에 대해 공유하며 늘 붙어 다녔다. 호주에서나 한국에서나 우린 여전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일정 중 관심을 갖게 된 캐나다와 미국. 북미 여행에 대한 로망도 계획도 전혀 없었지만 한국의 여름은 너무 덥고 무료했다. 이뽈이 차려놓은 캐나다, 미국 여행 계획에 숟가락을 얻어도 되냐는 요청에 이뽈의 대답은 오브 콜스였다. 여행 일정을 갑자기 3개월에서 5개월로 바꾸는 결심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딱히 할 일 없는 백수가 한 두 달 먼저 떠난다 한들 어떠하리.


친구와 친구 언니, 친구 동생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무슨 조합인가 싶겠지만 나에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이뽈과 알고 지낸 세월만큼이나 루나 언니와 팔두와도 친하게 지낸 지 오래였다. 게다가 루나 언니와는 호주에서 7개월 정도 같이 살았고 성격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스스럼없는 사이였다. 팔두는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쭉 지켜봐 와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씨 삼 남매와 여행을 하면서 무남독녀 외동딸이 절대 알 수 없는 남매들끼리의 관계를 관찰할 수 있는 건 여행 외에 색다른 재미 요소가 되지 않을까? 평소에도 지루할 틈이 없이 배꼽 빠지게 웃긴 시트콤이 따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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