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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03. 2022

01. 밴쿠버 여행기

#1 시차 적응기

이뽈)

 장거리 직항은 역시나 사치였다. 북경을 경유해서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를 결정했고 적은 비용을 지불한 대가로 12시간 북경 공항 체류가 옵션으로 따라왔다. 우리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 하지만 체력도 얼마 없다는 걸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두 번의 비행기에서 사육을 당했다. 분명히 자고 있었는데 식사가 제공될 때마다 재깍재깍 일어났다. 무섭도록 정확한 내 배꼽시계. 딱 내 차례에 맞춰 떠지는 눈. 식욕이 없어 고생할 일은 평생 없겠고 생각했지.  


 8월 12일 인천에서 출발했는데 같은 날 밴쿠버에 도착했다. 우린 바쁘게 이동했는데 시간이 멈춰져 버린 느낌. 그 덕분에 고단했던 우리의 몸은 길고 긴 잠에 들었다. 이 몸은 시차에 단 한 번도 휘청해본 적 없는 타고난 방랑자요, 여행자라 자부했건만 오만방자한 나의 코를 밴쿠버가 납작 눌러버렸다. 밤늦게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 8시에 기상하려고 했는데, 맛있는 브런치 카페도 삐래가 찾아놨는데, 쓰나미를 동반한 폭풍우처럼 잠이 계속 몰려왔다. 심지어 저녁에 일어나서 밥이라도 먹으려 했는데 마약 침대인 건지 내 몸이 침대에 박혀버린 건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삐래의 최대 수면 시간은 8시간. 그 이상 수면하는 것이 밤을 새우는 것보다 어렵다는 그녀는 14시간을 한 번도 깨지 않고 딥슬립을 했다. 시차 적응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결국 우리는 뭔가에 취한 듯 하루 종일 잠만 잤다. 한 끼도 먹지 않고. 밴쿠버에서 캠핑카 및 캠핑장 예약 등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지만 시차라는 강력한 카운터 펀치 한 방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후폭풍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캐나다 빅토리아 섬
캐나다 빅토리아 섬_부차드 가든
캐나다 빅토리아 섬_부차드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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