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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Jul 22. 2022

02. 워홀러의 워킹 라이프

#1 등골 브레이커, 시그넷 딸기 픽킹

예비 워홀러라면 이 글에 주목!!!!!. 시그넷 딸기 픽킹 엑스 밑줄 쫙.


세컨 비자를 취득하기로 결심하고 타즈매니아로 넘어와서 농공장 몇 군데만 이력서를 보내고 두 달을 빈둥빈둥 놀았다. 차도 없는 우리는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었지만 막연한 희망이 있었고 우리 인생에서 언제 이런 시간이 다시 오겠느냐 생각하면서 자발적 백수 생활을 유지했다. 성수기인 여름이 오면 농작물 수확 시기라 일자리가 많다고 했는데 호바트에 여름이 올 기미가 안 보였다. 여전히 쌀쌀했다. 세 달째 접어들면서 농장 일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메인랜드로 다시 넘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타즈매니아 시그넷 지역에 딸기밭에서 일을 하며 세컨 비자 취득을 위한 일수를 채우기로 결심했다. 세컨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농공장에서 하루 7-8시간 주 5일 이상 근무하여 주 35-40시간 일한 경우 풀타임으로 인정되어 주 7일 일한 것으로 계산되며, 누적 일수가 총 88일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시그넷 딸기밭에서 이랬던 4일. 너무나도 고됬던 4일. 우리가 이러려고 호주에 왔나 자괴감이 들었던 4일.

호주 시그넷 딸기밭

 날씨가 너무 맑았다. 놀러 가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날씨지만 딸기 픽커에게는 노동의 강도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더위였다. 딸기밭의 규모는 엄청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딸기밭이 4개는 된단다. 딸기를 따서 초록색 통에 담으면 무게에 따라 급여를 주는데 1kg당  1달러. 10달러 아니고 단돈 1달러. 그러니깐 한화로 구백 원도 안 되는 가격. 40분 동안 통 하나를 죽을 둥 살 둥으로 다 채우면 총 5kg이고 약 사천 오백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게다가 어찌나 잔소리가 심한지, 통을 끌고 다녀도 안되고 한 손에 딸기 여러 개씩 따지 말라고 하고 뭐도 안 되고 뭐도 안 되고. 누가 보면 통 하나에 50달러 주는 줄. 본인이 원하는 만큼 수확량을 채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잠깐 5분도 쉬어도 안 된단다. 그럼 일수 안 채워준단다. 이거 갑질 아닌가? 이거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오. 아쉬운 쪽은 우리여서 할 말은 없었다. 

호주 시그넷 딸기 픽킹

 좋은 점 딱 하나는 1등급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딸기는 수확한 사람이 먹습니다. 근데 몰래 먹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봤던 가장 고된 일을 남에게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6시간을 쪼그려 앉아 허리와 무릎을 내주는 대신 일수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곳. 딸기밭. 이래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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