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에메랄드 호수
북에서 남쪽으로 재스퍼 - 레이크 루이스 - 밴프를 차례대로 여행하면서 많은 호수를 만났다. 각자의 특색이 있었고 다른 추억이 있는데 그중 '에메랄드 호수 Emerald Lake'는 유독 잊을 수가 없다.
조용한 아침 호수가 마음에 들었다. 호수 한 바퀴 도는 데 포토존이 많아서 발걸음을 계속해서 멈추었다. 바위 위에서 선 세 명의 꼬질이는 아웃도어 모델 같은 포즈를 뻔뻔하게 취하며 사진을 찍었고 잔잔한 파도가 치는 호숫가에서는 스카프를 날리며 황진이에 빙의해 학춤을 추었다. 습지가 나오기도 하고 물색이 달라지기로 하고 스위스 마터호른 같은 멋진 산봉우리가 나오는 이곳은 조금만 걸으면 풍경이 시시각각 달라져 우리 모두 흥분된 상태였다.
여행객도 별로 없고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깔깔거리며 웃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이 쉿 조용히 하라며 저기 곰이 있다고 했다. ‘뭐요? 곰이오? 사람을 찢을 수도 있다는 그 곰이오?’ 진짜였다. 진짜로 곰이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나무에 달린 베리를 따 먹고 있었다. 야생 곰을 봐버렸다. 곰이 움직일 때마다 풀숲이 흔들렸다. 잠시 뒤에 두 명의 공원 관리원이 와서 무전기로 보고하고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곰이 우걱우걱 베리를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꽤 덩치가 컸다. 동물 우리 밖에 있는 곰은 처음이라 신기했지만 목숨은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며 자리를 떴다. 그때 우리 어안이 벙벙했지.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곰을 볼 수도 있을 거라 했지만 진짜 보게 될 줄이야. 우리가 본 게 곰의 탈을 쓴 사람이 아니라 진짜 곰 맞냐고 서로한테 물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