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에트 핫 스프링
삼일 동안 씻지 못해서 머리가 기름지다 못해 떡이 되어 엉켰다. 거기에 온몸에는 장작불로 밥해먹으면서 입혀진 불향과 음식물 냄새로 뒤엉켜 있었다. 찝찝해서 이대로는 견딜 수 없었다. 온천이 시급했다. 온천도 하고 씻고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수영복은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렌털도 가능. 라커는 토큰을 구매하여 사용 가능했는데, 불편했던 건 한번 열고 닫으면 끝. 일회성이어서 다시 열기 위해서는 토큰을 재구매해야 했다. 야외 온천탕에 들어가기 전, 가볍게 샤워해야 하는데 3일 만에 살에 물이 닿으니 시원해서 날아갈 것 같았다. 매일 밤 ‘씻기 귀찮다’가 일상이었는데 샤워가 이 정도의 기쁨을 줄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일반적인 온천 이미지는 어르신들의 시원하다는 곡소리와 함께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실내 탕이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의 관념을 와장창 산산조각 내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야외 온천탕 입구에 발을 내딛자 눈앞에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울창한 숲, 그리고 로키산맥의 능선. 대자연 속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이 한 곳에서 세대를 어울러 있고 그들의 행복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살짝 쌀쌀한 바람에 서둘러 온탕에 몸을 담갔다. 로키산맥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물이라는데, 우리에겐 살짝 따뜻한 정도. 뜨거운 물에 몸 지질 생각에 신이 났었는데. 시무룩. 실망도 잠시, 탕 속에 몸을 담그고 머리 위로 부는 산들바람을 느끼며 눈을 지그시 감으니 그것이 힐링이었다. 귓가에 노랫소리가 들린다. ‘Alomost Paradise~ (드라마 ‘꽃보다 남자’ OST)’ 행복이, 힐링이 별거인가. 몇몇 사람들이 냉탕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호방하게 냉탕 앞으로 전진. 심장에 무리가 가면 안 된다며 손가락만 살짝 넣었을 뿐인데 따뜻하게 데워졌던 몸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기분이었다. 얼음장이 따로 없다. 바로 뒷걸음질 쳐 온탕으로 풍덩.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기에. 건강은 셀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물장난도 치고 엉거주춤 개헤엄도 치고 꺄르륵 한참을 웃고 떠드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다. 핫 스프링을 나오면서 고작 3일이었는데, 3년 묵은 때를 씻은 것 마냥 몸이 가뿐하고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샤워라는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하는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