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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07. 2022

05. 몬트리올 여행기

#1 서로 다른 여행 스타일

이뽈)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여행 설계자는 나의 몫이었고 길을 찾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없는 사람이자 하나만 깊게 파는 외골수. 나에겐 목적지만 있을 뿐 지나치게 되는 모든 것에 관심이 일절 없다. 나와 가장 많은 여행을 다닌 언니는 ‘너는 여유가 없으며 주변의 사소한 행복을 놓치고 산다’라고 타박하지만 그럼 당신이 길을 찾던가. 내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된 핑계도 변명도 아닌 타당한 이유가 있다. 당신들이 길치잖아. 나도 시간적으로 급하지 않고 남이 길 안내해 주면 느긋하게 뒷짐 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어느 매장이 예쁘더라, 어느 식당이 장사가 잘 되더라 할 수 있다고요.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빠듯하게 세우지는 않지만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동 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해 그 장소에서 최대한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아도 가는 여정 자체가 좋았으면 그만이라는 삐래와는 달랐다. 서로가 두는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지만 다시는 못 올 확률이 높은 나라에서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 아니라면 가고 싶은 곳을 못 간다는 것은 나에게는 없는 일이다. 계획형이기도 하고 GPS 기능이 타고나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척척 잘만 찾는데? 두 가지 일을 못하니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건데 말이야. 그런데 이게 대화가 안 통하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더라.  


 나와는 다른 여행 스타일의 사람과 여행을 하면 얻게 되는 즐거움도 크다. 우선 내가 혹시라도 길을 잃어도 재촉하지 않고 내가 지나친 것들을 집어내어 여행을 풍요롭게 해 준다. 그렇게 우연히 맛집을 알기도 하고 개성 넘치는 행인에 감명을 받기도 하고 가려는 곳보다 더 멋진 곳을 발견하기도 한다. 큰 걸 하나 얻으니 작은 오해는 서로 풀기로 하자.   

캐나다 몬트리올 항구
캐나다 몬트리올_자끄 꺄흐띠에 광장


삐래)

 캐나다에 도착해서 밴쿠버에서는 시차 적응하랴, 렌터카 알아보랴 바빴고 국립공원에서는 정글의 법칙 생존 편을 찍는 듯 살아남기 바빴다. 그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던 곳, 몬트리올에서 우리의 다름을 체험했다.


 '이뽈',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여자. 호주에서 1년 반을 넘게 지지고 볶으며 룸메이트 생활을 통해 그녀에 대해 알만큼은 다 안다고 생각했다. 장기 여행이 시작되고 나니 사람들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여행 스타일이 있다는 것과 안타깝게도 그녀와 나의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고자 하면 해내는 그녀의 성격과 추진력은 여행에 있어서도 계획한 일정을 최대한 해내려는 반면 나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라는 생각에 한눈파는 시간이 많은 부류였다. 예를 들어, 오늘의 일정은 미술관. 이뽈은 제일 먼저 미술관에 가서 구경한 후 그다음 일정을 여유롭게 보내는 반면, 나는 미술관이 목적이긴 하지만 가는 길 내내 이것저것 구경하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는 등 여러 부수적인 일들을 했다. 생각해 보니, 이뽈이 나의 뭉그적거림에 답답하지 않았을까?


 어느새 프로 계획러 그녀의 여행 스타일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완전 적응이 되었다. 나의 방식대로 여행을 할 때는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가끔 시간에 쫓겨 정작 하고자 했던 것을 포기할 때가 많았는데, 이뽈의 방식은 우선순위가 확실하여 하루가 알찼고 오히려 나중엔 여유가 생겨 일정 이외에 다른 곳도 갈 수 있었다. 누구의 여행 스타일이 옳다 그르다 할 순 없지만, 내 입장에서 정반대의 스타일을 경험하다 보니 나라 별로 적재적소 여행 계획을 적용할 수 있는 스킬이 생겼다. 레벨업 굿.

캐나다 몬트리올_몽투아얄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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