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뮤지컬 ‘겨울 왕국 Fro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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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브로드웨이는 런던의 웨스트엔드와 함께 전 세계 뮤지컬의 메카이다. 우리는 ‘겨울 왕국 Frozen’을 보기로 했다.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에 대성공하였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는 초연되지 않아 오로지 브로드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뮤지컬이었기 때문이다. 원작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받고 싶은 간절함을 가지고 객석에 착석했다.
애니메이션 속 CG를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할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브로드웨이는 내 예상을 몇 차원 뛰어넘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엘사가 마법으로 얼음 성을 짓고 드레스가 바뀌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배우들이 직접 눈보라를 몸으로 표현하면서 클라이맥스의 등장을 알렸다. 장갑과 망토가 바람에 날아가는 장면에는 특수장치가 이용되었는데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순식간에 얼음성과 다리를 휘리릭 만들어 장면을 전환시켰고 엘사의 드레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어 눈을 의심했다. 2D를 4D로 탄생시키기 위해 투자되었을 어마어마한 자본과 경이로운 브로드웨이의 무대장치 기법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외에도 조명으로 여름과 겨울의 상반되는 날씨를 연출하고 무대 배경 전환이 자주 일어나면서 극에 몰입을 증폭시켰다.
배우의 연기에도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보냈다. 어린 엘사와 안나를 연기하는 아역 배우들은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특히 영화 속 안나같이 깨방정 떠는 매소드 연기에 관객 모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울라프는 사람이 분장이나 탈을 쓰고 직접 연기하는 것이 아닌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대체되었다. 배우가 인형을 조종하며 노래하고 연기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목소리와 표정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울라프와 싱크로율이 딱 맞았다. 앙상블도 한 명이 부르는 것처럼 그 퀄리티가 과히 브로드웨이였다.
우리의 감상평이 ‘엘사’에 대해서만 극명히 갈렸다. ‘LET IT GO’의 첫 소절부터 ‘뭐지?’ 하다가 ‘내 렛 잇 고 내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실망한 나와는 달리 삐래는 영화 속 엘사가 스크린을 뚫고 나타나 노래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감탄했다고 한다. 시원시원한 그녀의 목소리와 사람을 홀리는 음색에 반해 귀를 기울이며 감정이 고조될수록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엘사를 응원했다는 삐래의 말에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지고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했다. 고음이 발사되는 지점에서 삐래는 엘사의 터져 나오는 감정과 마음을 전해 받았다는데 나만 수신 완료 안 되었나 보다. 배역이 표현해야 하는 좌절, 결심, 분노,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이 전혀 나에게 전달되지 않아 장면이 끝난 뒤에 손뼉을 치는 둥 마는 둥 했다. ‘겨울 왕국’의 대표곡에 대한 우리의 엇갈린 반응에 서로 의아해했지만 정답이 없는 예술에 다른 리뷰가 있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