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브루클린 가스펠
이뽈)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태어나기 전부터 타인에 의해 결정된 나의 종교. 부모님을 따라 간 교회에서 설교 말씀에 ‘아멘’ 이란 충성 대신 ‘저게 다 맞는 말인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의구심만 가득했다. 하지만 불량한 기독교인은 이곳에서만큼은 믿음 충만, 성령 충만이었다.
은혜가 교회 천장에서 쏟아지는 것 같은 성가대의 찬송은 나도 모르게 ‘할렐루야 A-men’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교회 입구 안내판에 ‘이곳은 콘서트장이 아니라 예배드리는 신성한 장소임을 기억하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기억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으나 결론은 신성한 콘서트장이었다. 떼창이나 환호를 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야광봉을 흔들고 파도타기까지 탔다.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멋진 악기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스펠 Gospell’은 정말 ‘신의 주문 God + Spell’이었다. 신이 나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 같았다. ‘좋은 소식’이라는 의미처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삐래)
나는 무신론자이다. 내 인생에 교회나 성가대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다. 그래서 이번 가스펠 일정에 특별한 관심이나 기대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 서둘러 교회에 갔다. 뭔가 압도되는 분위기와 장소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주눅이 들어 고개만 돌려 이리저리 바삐 살펴보았다.
솔로로 시작되는 첫 소절에 시큰둥하게 앉아 있는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흑인 음악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소울 음색과 불규칙한 아름다움의 끝 애드리브, 단전에서 끓어올라 터져 나오는 듯한 가창력에 매료되었다. 가스펠 단원 한 명 한 명이 스티비 원더였고 비욘세였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여기 다 모였나 싶을 정도였다.
진심을 꾹꾹 담아 부르는 합창 속에 자연스레 일어나 경청하게 되었다. 교회를 다니는 이뽈과 루나 언니는 알고 있는 노래였는지,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영어와 한국어의 콜라보. 음악이 언어를 초월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되어 손뼉 치고 환호하며 따라 불렀다. 찬송이 어떤 의미인지, 교회에서 말하는 믿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종교를 떠나 서로가 서로의 안녕을 위해 기도해주고 노래하며 사랑과 믿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름다웠고, 그 광경에 감동하여 가슴이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