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와 태백산맥에 이어, 대하소설 독서를 잠시 멈추고 단행본으로 갈까 했는데 내친 김에 다 읽어버리자는 생각으로 조정래의 한강까지 읽게 되었다. 한강은 약 15년 전에 읽은 적 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그동안 현대사에 대해서 공부해서 그런지 그때보다 더 재미있었다. 2026년 3월 약 한 달 동안 읽었다.
- 시대적 배경 : 1959년-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 주요 사건
1960.3.15 3.15 부정선거
1960.4.19 4.19 혁명
1961.5.16 박정희 군사정변 --> 박정희 집권 시작
1966년 베트남 파병
1968 김신조 간첩사건
1968년 8월 통일혁명당 사건
1969년 3선 개헌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70년 전태일 분신
1971년 광주대단지사건
1971년 한강맨션아파트 입주
1972년 8월 8일 사채동결
1972년 10월 7일 유신헌법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사망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사망
1979년 12월 12일 1212사태 (영화 서울의 봄 배경) --> 전두환 집권 시작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
- 느낀 점
광복 직후와 6.25 전후를 다룬 태백산맥에서도 사람들은 굶주림과 싸우지만, 1970년대에도 하층민은 먹고 사는게 여전히 힘들었다. 오로지 쌀밥을 먹고, 배불리 먹는게 소원이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농촌에서 가족을 이끌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천두만을 통해서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천두만은 서울로 와서 막노동, 똥푸기, 전국을 유랑하며 머리카락 모으기 등등 안해본 막일 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지만 가난을 면할 길 없다. 우리집 아이들이 편식을 하고 밥을 잘 안먹는 모습이 생경하고 죄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 당시 사람들이 빈곤에서 허덕였음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천두만이 가발공장에서 일하던 딸아이와 돈을 모아서 가발공장 하청업체를 만들겠다는 꿈은 8.3 사채동결 조치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 기업체가 빌린 사채를 5년간 3년간 분할상환하게끔 강제한 조치로 가발공장을 세울 길이 없어진다. 돈을 더 모으기위해 야근을 무리하게 하던 천두만 딸은 늦은 밤 귀가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서울에서 몇년간 돈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 것이 꿈이었던 천두만은 결국 돈을 모으지 못하고, 종교단체에서 간척지를 개간하여 나눠주는 농토에서 농사를 짓게 되어 그곳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그당시 상경민은 움집을 짓고 산다. 상경민은 판자집이나마 갖는게 소원이다. 1960년대에 이러했으니 지금으로부터 불과 60년 전이다. 지금은 선진국이 되었으니 정말 천지개벽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래서인지 반공 이데올로기를 압세워 사람들을 탄압하고 유신독재를 자행하였음에도 사람들이 박정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감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장 오늘 먹을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박정희 시대를 지나 그나마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경제개발이 단순히 박정희의 공이 아니라 그 당시 얼마 되지 않은 봉급으로 장기간 노동에 시달린 수많은 노동자의 덕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경제발전이 박정희의 덕이라고 그당시 정부와 언론에서 세뇌했었던 것을 알아야 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걸핏하면 빨갱이로 몰아서 사람을 잡아가고 사형시키고 하던 것이 결국 박정희 독재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유일민, 유일표 형제와 그 가족이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온갖 고초를 당함이 나타난다. 빨갱이라고 사람을 잡아 가두고 무자비한 고문을 자행하고, 어느 곳에도 취업할 수 없게 하고, 외국으로 출국할 수도 없게 하는 등 정상적으로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짓들을 국가가 자행한다. 예전에 읽을 때에는 유일민이 너무 우유부단하고 어두워서 정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으니 그의 아픔과 고통이 강하게 느껴졌다. 또한 임채옥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시종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하고 사랑을 이루기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임채옥과는 달리 미적지근하게 행동하는 유일민을 보면서 그가 정말 임채옥을 사랑하는 것인지 갸우뚱 했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유일민도 임채옥을 사랑했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임채옥도 자신과 같은 고통속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가지 의문은 임채옥과 유일민의 관계를 결사 반대했었던 임채옥 부모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에는 존재가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그정도로 반대했을 부모라면 이민을 간 뒤에도 둘의 결합에 대한 반대 의사표현을 분명히 했을 터인데 미국이민을 끝으로 임채옥 부모는 소설에서 사라진다. 이부분은 작가가 세밀하게 짚지 못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서울대 상대를 나온 유일민은 아버지 이력때문에 취업이 좌절되자 술 도매상을 하다가 플라스틱 공장을 한다. 술 도매상은 그렇다치고 플라스틱 공장을 할 때에도 보잘것없는 사업이라면서 폄하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본인 뿐 아니라 동생 유일표도)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당시에는 사업보다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 생각되었던 걸까? 플라스틱 공장 사장이면 어엿한 사업가이고 내 사업이라는 것은 직장인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할 게 없어서 했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유일민 일가가 겪은 고초가 너무 마음 아파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그들이 빨갱이라고 더이상 낙인 찍히지 않는 자유로운 세상에서 외국 여행도 제약없이 가면서 평화롭게 사는 모습도 보고 싶었으나..광주 민주화 운동까지만 나오는 관계로 그 장면은 없다. 이후는 독자의 상상의 몫. 민주화가 이루어진 시대가 도래했으니 그들도 평화를 얻었으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