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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Aug 16. 2016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에게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아닐거야 

어렸을 때 나의 장래희망은 동화작가나 소설가, 아니면 피아니스트였다. 책이 좋았고, 또 음악이 좋았던 나는 어린 마음에도 그 두가지의 채널을 통해 뭔가를 창조하고 또 나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미국에 오게 되고 음대를 가면서 피아니스트라는 꿈에는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았지만, 그 곳에서 정말 음악에 미쳐서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내가 있을 곳은 아니다라는 게 분명해졌다. 그리고 서글퍼졌다.


한국에서 한국식 주입교육을 받다가 미국에 와서 경험해본 미국의 교육은 너무나 달랐다. 한 학년에 과목을 10개 이상을 듣는 한국식 교육과는 달리 내가 듣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던 미국의 고등학교 시스템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뭐가 듣고 싶은지, 내가 뭘 배우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외우라는 대로 외우고, 시험범위 안에서만 공부하고, 이 시의 필자가 이 단어를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내 생각이 아닌 선생님의 시각으로 바라봐야만 했었던 내가 무언가를 선택한다는것이 어려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든 생각은, 내가 정말 이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가 였다. 분명 이 길을 위하여 공부해왔고, 이 분야를 꿈꿔왔고, 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내 마음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은 거리가 있어서였다고 위안해보고 내 자신을 타일러도 봤지만, 그 때마다 부풀어오르던 내 마음 속 작은 꿈. 어릴 적 꾸었던 그 꿈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 책을 보면 행복했다. 방 안에서 가만히 책을 읽어도 책은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데려가주곤 했기 때문에 책 속의 풍경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나도 그렇게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행복한 세계로 데려가주는 그런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꿈꿔왔다. 좋은 책을 읽을때면,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이런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막연하게만 꿈꿔왔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내가 꿈만 꾸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걸. 그 꿈을 이루려는 발걸음을 떼야 한다는 걸. 가만히 앉아서 꿈만 꾼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무수히 상상하고 꿈꿔왔던 많은 것들이 실천하지 않음으로 인해 날려버린 그 시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머리를 망치로 때려맞은 것 같았다. 난 왜 그렇게 상상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는지,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웠지만, 지금에라도 깨달은 내 자신에게 고마웠다.


그렇게 출판, 편집 과정에 등록했고, 지금은 UC Berkeley 에서 출판 편집과정을 밟고 있다. 영어로 영문법, 카피 에디팅 등을 배우는 것이 어렵다. 확실히 어렵다. 미국인들도 힘들어하는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게는 더 배로 어렵게 느껴졌는데, 그래도 첫번째 클래스를 마치고 나서 정말 뿌듯했다. 그리고, 또 나에 대해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 적성에 이쪽 분야가 굉장히 잘 맞는다는 것이다. 원래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원고를 보고 교정해나가는 그 과정이 행복했다. 또 영문으로 된 글들을 혼자 연습으로 번역해보면서도 큰 기쁨을 느꼈다. 작았던 꿈이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셈이다.


나만의 안전구역에서 제 발로 나와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예전같으면 그러지못했을 걸 내가 아는데, 큰 용기를 낸 내가 내게 고맙다. 프로그램을 마치려면 3클래스를 더 들어야 하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한다는 게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시작이 어렵다고, 후회없도록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앞으로는 더 힘들테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을, 어렸을 때 꾸었던 그 꿈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날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테니까.


박명수가 그랬다고 하던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은 거라고.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난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거라고 믿고 싶다. 작은 꿈이던, 큰 이상이던, 사람은 살아가면서 꼭 꿈을 꿔야한다고 난 생각한다. 실행하면서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고, 그 꿈으로 인해 나에 대해서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책 만들어보기", "내 이름으로 책을 내기", "영문 소설이나 수필집을 번역해보기"가 들어있다. 꼭 이룰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리.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난 그들의 가장 큰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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