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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Aug 17. 2016

My favorite things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한다는 것, 공유의 기쁨

나와 동생은 4살 터울의 자매인데, 성향이나 성격, 좋아하는 것 등 많은 것이 다르다. 나는 굉장히 내향적이며 낯을 가리고,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반면에, 동생은 지극히 외향적이며 친구들도 많고, 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다.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며, 분명 자매이기에 닮은 점도 있지만 이렇게 다른 성향의 사람이 가족이라는 게 자극이 될 때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없을 때에 사뭇 안타까운 감정이 들곤 한다.


그런데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글이라는 도구로 나누고,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서 공감하고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소통하는 그 재미에 매일같이 브런치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의 1순위는 바로 책. 책이 없는 세상은 아마 세상의 끝일거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책을 추천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게 내가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이다. 늦은 저녁 스탠드 불 켜두고 읽는 책도 좋고,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에 창문 열어놓고 선선한 바람 맞으면서 읽는 책도 좋다. 카페에 앉아서 백색소음을 들으면서 읽는 잡지도 좋고, 비오는 밤 빗소리를 들으면서 블랭킷을 무릎에 덮고 소파에 눕듯이 앉아서 읽는 책도 좋다. 읽는다는 행위는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다. 눈으로 보고 그걸 머리로 이해하고, 또 몸이 기억하는 그런 행위. 친구들과 책 이야기 할때가 가장 좋고, 함께 책을 읽을 때가 좋다.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고르는 그 시간이 좋고, 어떤 책을 살까 고민하는 것도 좋다. 한 아름 사서 나올 때도 행복하고, 심혈을 기울여 한 권만 골라 사서 나올 때도 좋다. 헌책방에 들어갈 때 종이냄새를 맡는 것도 좋고,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곳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원하는 책을 찾았을 때의 짜릿함도 좋다. 집에 돌아와서 바닥에 쌓여있는 몇십권의 책들을 보는 것도 좋고, 이 책 읽고 다음에 뭐 읽지 생각하며 책장을 훑을 때가 좋다. 책 선물 받을때가 제일 좋고, 책을 선물로 주는 걸 좋아한다. 책을 사는데는 돈을 아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자이며, 앞으로 인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는 조금은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할때도 있다. 하지만 함께 침대 옆 스탠드를 책으로 채우고 일어나자마자 함께 독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꿈꾼다.




난 차 마시는 걸 좋아한다. 커피의 뒷맛이랄까, 그 특유의 향과 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대학교때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가거나 그런 것보다 조용한 찻집에서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한 몫을 했다. 덕분에 스타벅스나 커피샵에 가면 마실 수 있는 메뉴는 한정적이다. 스타벅스에서는 주로 그린티 라떼를 마시거나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즐겨 마셨는데, 이제 Teavana를 스타벅스가 인수하면서 생긴 Peach Tranquility를 마신다. 복숭아 향과 굉장히 프루티한 향이 나는데 차 맛도 강하지않고 은은한 것이 정말 이름 그대로 평온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또 요새 밀크티에 빠져서 여기저기 다른 밀크티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오지은의 팟캐스트 "익숙한 새벽 세시"에서 홍차에 관한 편을 들었는데, 집에서도 냉침으로 밀크티를 꼭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우선 좋은 홍차를 사야겠지... 아, 한번 스타벅스에서 얼그레이 라떼를 마셔봤는데 그건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어...




겨울에는 향초 켜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주로 좋아하는 향은 갓 빨은 빨래향이 넘버원. 난 왜 그렇게 코튼향이 좋은지... 엄마 아빠는 그만 좀 끄라고 하실때까지 켜도 켜도 향이 모자라는 듯 하다. Yankee Candle의 Clean Cotton도 좋고, 강추하는 향은 Vineyard 향. 약간 폴라포 같기도 하고 포도향이 아주 좋다. 근데 이것도 호불호가 갈릴듯... 내가 블랙체리나 핑크샌드같은 베스트셀러 향을 싫어하듯이. 아무튼, 겨울에 향초를 키고 향이 은은하게 퍼질 때 차를 우려서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게 내게는 휴식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본의 아니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ㅊ이 포함되어있다. 책, 차, 초. 언젠가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듣는데 선물로 시, 차, 향 패키지를 준다고 해서 저거다! 했었는데. 왜 진작에 생각하지못했지, 아쉬웠다. 분명 어딘가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걸 묶어서 패키지로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게 기발했다. 나도 앞으로 선물을 할 때 저렇게 해야지. 시집이나 소설책, 혹은 에세이, 차와 향기 좋은 향초까지. 받기만 해도 기분 좋아질것만 같다.




오늘 퇴근하고 할 일. 우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물을 끓인다. 사두었던 녹차 티백을 꺼내서 5분정도 우려낸 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자리 세팅. 아직 여름이긴 하지만 밤에는 쌀쌀하니까 향초를 켤 명분이 된다. 친한 동생이 선물해준 반은 이미 태운 코튼향의 소이캔들을 준비하고, 요즘 읽고 있는 에세이집을 준비. 차가 다 우려나면 이젠 나만의 휴식시간 시작. 이 시간을 위해서 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에서 느끼는 행복이나 기쁨은 큰 것에서만 오는 건 아니니까. 가끔은 이런 나만의 시간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나만의 시간이 주는 행복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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