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설레임, 다시 와서 기뻐
설레임.
단어만 들어도 벌써부터 볼이 발개지고 수줍게 웃음이 납니다.
설레인다는 감정을 느낀 것이 오래전인것만 같은데, 사실 잘 찾아보면 우리 삶에 있어서 설레이는 순간들은 꽤 자주 있다는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아무래도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겠지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 혹은 그녀의 생각으로 가슴 설레는 그런 분홍빛의 감정. 저도 그랬습니다.
중학교 때, 좋아하던 친구가 가는 뒷모습을 보고 길 모퉁이 담벼락에 숨어 지켜봤던 때도 있구요. 대학교 때 첫사랑에게 줄 초콜렛을 만드느라 발렌타인데이 전 날 새벽까지 부엌을 엉망을 만들며 고생했던 기억도 있네요. 친구들이 장난으로 어울린다며 몰아가는 장난에 발개지는 볼을 감추려 부채질했던 이십대 초반의 풋풋했던 그 감정이 때로는 아프기도 했지만 그 사람 생각을 할 때면 웃음부터 나오던 제가 그리워지네요.
다른 설레임이라면,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느낄 수 있겠죠.
처음으로 집에서 나와 혼자 생활을 해야했던 대학교 시절, 캘리포니아에서 보스턴까지 비행기로 6시간을 이동해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그 때, 창밖에 보이던 풍경이 어찌나 설레던지요.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 혼자 있다는 것이 두렵고 무섭기도 했지만 드넓게 펼쳐져있던 찰스강이, 거리를 가득 메웠던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뭔가 다른 공기와 풍경이 저를 정말 설레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던 눈 오는 풍경도 저를 설레게 했고, 아침 일찍 맡을 수 있던 찬 겨울의 공기 냄새도 설레였었죠.
새롭게 시작한다는 그 느낌, 그 감정의 설레임은 뭐랄까, 싱그러운 초록빛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사소한 것에서 설레임을 느낄 때도 있죠.
그토록 사고 싶었던 책을 사서 서점에서 나올 때 설레입니다.
그 책을 열어 첫 페이지를 넘길 때 설레입니다.
비가 오는 가을날, 카페에서 마시는 뜨끈한 녹차라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이 설레입니다.
겨울에 갓 빤 뽀송뽀송한 잠옷을 입을 때 설레입니다.
좋아하는 초코치즈케익을 먹기 전 설레입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발행할때마다 설레입니다.
어제, 서른을 맞았습니다.
Thirty is new twenty라고도 하던데, 제게 서른은 그다지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설렙니다.
이십대의 저는 서른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머나먼 미래였는데, 이제 서른이 되어보니 그때와 별반 다를게 없는것 같습니다.
그치만, 서른의 제가 살아갈 세상, 꿀 꿈, 만들어갈 삶이 기대되고 설레입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살아갈 저의 모습이 설레입니다.
서른에도 도전하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제가 기특합니다.
다시 찾아온 설레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습니다.
제 서른은 푸른 빛의 설레임으로 가득차있습니다.
여러분의 서른은, 스물은, 마흔은, 어느 때이던간에 푸르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