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독서일기
'7월에 읽은 책' 포스팅을 올리고 난 후, 게을러진건지 무엇인지 모르지만 독서일기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지 어언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읽지 못했던 나의 게으름 + 바쁜 스케줄 탓 + 뭐하면서 시간을 썼는지 모르는 퇴화되는 기억력을 탓한다.
이번에 읽었던 책에 관한 책들
읽어가겠다 by 김탁환 -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작가가 청춘의 나이에 읽고 또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는 책. 잘 읽히고 또 이 책을 통해서 내 위시 리스트는 늘어만가고...
책 읽기의 쓸모 by 김영란 - 김영란법의 실행으로 시끌벅적한데 그 주인공, 김영란이 쓴 책 읽기에 관한 책. 창비에서 나온 '공부의 시대' 시리즈 중 한 권인데, 김영란은 어떻게 책을 읽었으며 법관으로 지낼 때에도 그 책 읽기가 어떻게 쓰여졌는지 보여준 책. 내게는 아주 좋았고, 또 여러모로 생각할 것이 많았던 책. 꼭 나의 직업이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라 하더라도 결국엔 내게 재산이 되고 쌓인다는 것. 책 읽기는 쓸모있는 지적 액티비티이지. 암 그렇고 말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by 임경선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성적인 팬인 작가 임경선이 쓴 온전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관한 책. 그의 인생, 작가 이전, 그리고 그 후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가상 인터뷰는 정말 실제로 작가가 인터뷰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좋았고, 무엇보다 하루키를 더 알 수 있었어서 좋았던 책.
읽었던 소설들.
안녕 주정뱅이 by 권여선 - 한국에서 제일 단편소설을 잘 쓴다는 작가의 단편집.제목에 걸맞게 단편들 모두 술마시는 장면들이 들어있는데, 가장 좋았던 단편은 '이모', 그리고 '봄밤'. 요즘 단편소설 읽기에 맛 들렸는데, 그 정점을 찍은 것 같은 책. 한국에도 이런 단편소설들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있어서 행복하다.
종의 기원 by 정유정 - 역시 정유정. 엄지 척, thumbs up. 흡입력이 대단했던 소설. 손에 잡은 지 몇시간만에 독파 완료. 악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 책.
읽었던 에세이들.
청춘의 문장들 by 김연수 - 작가가 서른다섯의 나이일 때 스물을, 청춘을 그리며 쓴 산문집. 내가 서른다섯이 된다면 더 공감할 수 있겠지. 하지만 책은 좋았다.
나라는 여자 by 임경선 -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생활했던 작가의 성장이야기. 나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어떤 사람일까, 읽으면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책.
모든 요일의 기록 by 김민철 - 이름만 보고는 남자 작가일거라 생각한 나의 오만함. 카피라이터답게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도 좋은 글감을 캐치하는 작가. 빨리 '모든 요일의 여행'도 읽어야지. 내 모든 요일도 저렇게 기록하고 싶다는 바램이 생겼다.
판사유감 by 문유석 - 판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구나, 나의 선입견을 깨 준 책. 정의는 무엇인가, 법은 무엇인가. 쉽게 읽히는 가독성 높은 책이지만 그에 비해 생각할 거리를 마구 마구 던져주는 무서운 책.
다음 달은 분발하자. 독서일기가 에세이와 소설에만 치중되어 있는 감이 있어서 논픽션이나 경제서들을 좀 더 읽어야할것 같은데... 우선 쌓여있는 책들 먼저 좀 읽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