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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Nov 19. 2016

11년만의 한국

새로운 기억, 추억  

시작은 단순했다.


"이번이 아니면 영영 못 갈것 같아. 가야겠어."


마지막으로 한국을 가본 것은 2005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파릇파릇하던 스무살 때.


한여름에 갔었던지라 푹푹 찌던 습한 한국의 여름날씨에 기진맥진했던 것이 생생히 기억나 나중에 가면 날씨좋은 가을에 가리라 마음먹었던 것이 벌써 어언 11년이 흘렀다. 그 동안 뭐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가볼 엄두도 못 냈던 건지.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냥 막연히 이번해가 아니면 못 갈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충동적으로랄까,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러고는 이게 잘한 짓인지 떠나기 전날까지 한참을 고민했다.




비행기에서부터 들뜬 마음에 기내식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12시간의 긴 비행에 고작 1시간밖에 못잤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은 이미 콩닥콩닥. 기내에서 상영해주는 영화 "미 비포 유"와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훌쩍훌쩍 울기도 하고. 창 밖을 바라보고 얼마나 남았는지 스크린을 보기를 계속, 드디어 도착한 공항에 들어서자 한국 냄새가 났다. 내가 진짜 한국에 왔구나 라는 실감이 들어서 조금 소름이 돋았다. 공항 안에서는 한복 입은 무용수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한국사람들. 내 기억속에서만, 상상속에서만 그리던 한국에 드디어 온거구나, 그제야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그 시간이 참 신기하고 소중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던 게 얼마만인지. 지나가는 풍경들, 순간순간을 다 눈에, 기억에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또 이때를 추억하며 살아갈테니까.


길거리에 있는 노점에서 오뎅을 물고 있는데 웃음이 났다. 저녁에 집에 가면서 붕어빵 3개가 든 봉지를 들고 가는데 그 향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먹고 싶었던 즉석떡볶이를 먹으면서 너무 행복했다. 친구와 함께 맥주 한 잔하는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3주동안 한국에 있던 그 시간이 내겐 너무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라일리처럼 이 기억들도 나의 코어 메모리가 되어있을까. 아마도, 그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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