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에게

어렸을 때는 말이야,

서른이 되면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어.

난 엄청 성숙해져있을테고, 그때쯤 되면 세상에 무서울 것 하나 없이 당당하게, 또 똑부러지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직장에서의 입지도 단단해져있을것만 같았고, 멋진 남자도 만나서 진작에 결혼할거라고 막연히 상상했었지.

이제 돌아보니 서른은 무슨, 서른하나도 한달밖에 안 남았네.

너무 웃긴 건, 서른은 커녕 서른하나가 되었을 때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는 거야.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뀐 건데 난 예전의 모슴 그대로였거든.

이십대 초반과 다를 게 전혀 없더라구. 

내가 상상했던 서른의 나와는 정말 딴판이었지.

아직도 세상은 내게 무서운 곳이야. 넘어지도 흔들릴 때가 많아서 똑부러지기는 커녕 어딘가에 기대야할 수 밖에 없을 때가 많고, 일에 치여서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될 때가 다반사에, 가끔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버거워 혼자인 삶도 힘들 때가 있어. 

인터넷에 서른을 치면, 

서른부터 성장하는 여자, 서른은 예쁘다,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서른이란 나이는 크게 다가오는가봐.

이십대의 파릇파릇한 청춘이 지나고 맞이하는 서른은 조금은 색이 바랜 느낌일수도 있겠지.

서른 전에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서른부터 알아야하는 것도 많고,

지금 생각해보니 서른은 참 많이 치이는 나이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그래도

나의 서른하나는 그래도 반짝거렸어.

그래서 고마워.

색이 바랠 때도 있었지만 반짝거리려고 노력했어. 그걸 알기에 고마워.

마음에 품고 감추어만 왔던,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의문만 가졌던 그 자그맣던 꿈에 숨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주고 아직은 작디 작지만 그래도 키워갈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기에.

그 작던 꿈을 간직만 하는게 아니라 이루어내보려고 첫 발걸음을 떼었던 시간이었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했던 시간이었기에.

꿈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시간이었기에.

그런 나를 바라보며, 참 잘 했어, 수고했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네가 멋져,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예전엔 말야, 

흘러가는 시간만 바라보며 후회만 거듭 했던 나인데, 

이젠 내가 좀 컸나봐. 많이 고마워, 결국 나를 성장케 한 건 그 시간들이기에.

나의 서른하나, 많이 수고했어.

앞으로 다가올 서른둘의 시간은 더 반짝일 수 있게 나 더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