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존감이 참 낮은 사람이었다.
어릴 때 친구들에게서 받은 상처때문일까, 늘 사랑을 갈구했고 목말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늘 사랑받고 싶었고 , 그것에 오롯이 내 신경을 집중했었다.
혹시나 눈밖에 나지는 않을까,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이 말을 하면, 이 행동을 하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는 않을까...
참으로 피곤하게도 살아왔다.
그로 인해 자연히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진이 다 빠져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도 없었다. 워낙 내향적인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남의 눈에 맞춰 살아가려하니 내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그 사람이 알던 나는 과연 정말 본연의 나였을까.
아니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틀에 맞춰지기 위해 바뀌고 바뀐 나였을까.
답은 후자일것이다.
난 그 사람이 생각했던만큼 착하지못했고, 그 사람이 생각했던것만큼 배려심이 넘치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보일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그 사람때문이었으리라.
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좋게 보이고 싶어서, 내 자신을 바꾸고 감췄던 지난 시간들.
결국엔 나도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나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나이를 먹고, 서른이 넘어가면서 온전한 나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 기쁘고 반가웠다.
내가 나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이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남의 눈치만 살피던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이 새로웠고, 그 경험이 귀중했다.
내가 다시 제 색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렇지만 그 시간이 기대가 되고 기다려진다.
이것이 비가 오던 월요일 오후의 내 머리에 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