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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Dec 14. 2021

BTS 휴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자기만의 목소리

셀프 휴식, 소름 끼치는 대혁명


7년 전 인기가요 사무실,

난 BTS의 <상남자> 세트 디자인 콘셉트를 생각하면서

아메리카 뮤직 어워드를 레퍼런스로 삼았던 작가였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 방송국 놈들은 그런 무대들을 우러러보면서

감히 한국 가수가 그 무대를 찢어놓을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BTS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내겐 너무  충격이었고, 기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거기서 대상을 타버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들이 연말을 포함해 긴 휴가를 가진다는 발표를 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마지막 날 카운트 다운 쇼 하는 거 아니었어?

천문학적인 수입을 포기하고 쉰다고?

내겐 이 휴가 공지가 프랑스 대혁명보다 더 혁명적으로 느껴졌다.

업계와 시장은 그들이 쉬도록 절대 놔주지 않는 시스템이다.

BTS 없는 연말 시상식이라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들이 하니까 가능한 일이 됐다.

안 불러줘서 쉬는 가수는 봤어도 지 스스로 까고 쉬는 가수는 처음 본다.

아이돌의 셀프 휴식이라고? 이건 소름 끼치는 대혁명이다.


좋든 싫든 BTS 세상에 살고 있어

라테는 이라는 말을 꺼내기 싫지만 자꾸 BTS와 어쩔 수 없이 연결이 되어버린다.

좋은 싫든 우린 BTS세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정말 선택이 아니라 운명인 현실이다.

일을 그만두고 미국에 이민을 왔지만 어딜 가나 BTS 생활권이다.

라디오를 틀면 버터 노래가 나오고 맥도널드가면 BTS메뉴(기간 한정)가 있고

마트를 가면 계산대에 방탄 잡지가 널려있다.

미국 유치원에서는 진이 깜짝 발표한 ‘슈퍼 참치’ 안무를 따라 하며 참치를 외친다.


BTS는 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한국 가수로서 이런 역사가 없었으니 모든 게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조금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챈 건

미국의 한 교수가 날 찾아온 어느 날이었다.

<인기가요> 제작 시스템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 당시 큐시트를 보면 지금도 토 나온다.

새벽부터 그 좁은 데서 여러 개 세트를 뚝딱 만들고 부순다.

사전녹화에 특수효과 편집까지 해서 생방을 내보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거다.

이걸 소스로 논문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런 휘몰아치는 환경이 워낙 당연하다고 느꼈는데

되돌아보니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또라이 시스템이었다.

또라이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또라이스케줄.

그 교수가 또라이 시스템을 파는 이유가 바로 BTS 때문이라는 걸 조금 지나고 알게 됐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 말을 해줬다면 난 다른 관점으로 말해줬을 것 같다.

BTS가 BTS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보다는 ‘자기만의 목소리’ 때문이다.


자기만의 목소리


 BTS는 전 세계 아미들의 정신적 지주다.

이번에 긴 휴식기를 가지면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주 강력한 거 같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면서 아이돌 생활을 유지하는 구체적 액션을 보여줬다.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도 사실 비슷하다.

쓰고 버려지는 부속품이 아닌 주체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자는 거다.

그 자기만의 목소리 때문에 가슴속에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우리는 결국 BTS의 노래가 아닌 세계관을 소비하고 공유한다.


“야. 너 BTS보다 잘 나가? BTS도 연말에 가족들이랑 보내는데

넌 뭐니? 뭘 그리 대단한 일 한다고? “

우리 엄마가 하늘에서 이 소식을 들으면 이 말을 할 것만 같다.

BTS의 휴가는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겨라.

연말연시는 소중한 사람과 보내라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 으로의 오롯한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사랑을 받기만 해서는 이내 망가질 것 같다.

이것이 내가 목격한 것들의 총합, 내 경험이 만들어낸 나만의 결론이다.


사랑을 노래하면서 정작 사랑을 하면 안 되는 아이러니,

극한직업 아이돌이다.

그런데 BTS의 사랑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무조건 숨겨야 하는 구닥다리 방식은 아니겠지?

비겁하지 않고 용기 있지 않을까?

분명 혁명적일 테고 그것을 응원하는 아미의 방식도 궁금해진다.

BTS만의 휴식이 있듯 BTS만의 사랑방식이 있을 거다.


휴가 중인 BTS와 마주쳤을 때 지어야 할 표정


멤버들은 이 긴 겨울방학에 무엇을 할까?

빌 게이츠의 싱크위크처럼 책을 가지고 어디론가 파묻혀 있을까?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쉴 테니까

어떻게 쉬는지 모르는 워커홀릭에게 신선한 영감이 될 거 같다.  

동시에 아미(팬클럽)들에겐 고민이 생겼다.

만약 휴가 중인 BTS와 마주친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답은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최선을 다해 모른 척하며 전력질주 도망가기!

그런 건 미리 연습해 두는 게 좋다.

미술관에서 알엠을 만나거나

한강에서 밤이랑 산책하는 정국이를 만난다거나...

생각보다 마주칠 확률은 높으니까


휴가 중인 BTS를 마주쳤을 때 대응 매뉴얼은

아미가 아니라도 준비해야 한다.

우린 BTS보유국이다, 그래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질척거리면서 싸인해 달라거나 사진 찍어 달라고 하지는 말자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 갈지라도

손에 넣었어! 독차지했다고!라는 느낌보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황홀함을 눈에 아로새기자.

당황스럽겠지만 역시 전력질주만이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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