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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Jan 02. 2022

새해 계획을 위한 3가지 질문

(feat. 멜로 빈스)

나만 없어, 새해 계획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

비록 거지일 지라도 구체적 계획이 있어야 이룰 확률이 높다고.

“10달러만 주실래요?” 무작정 들이대는 것과

“맥도널드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그런데 10달러만 주실래요?”

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고.

저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계획에 감동해서 지갑이 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늘에게도 자신이 뜻한 바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야 하늘에서도 주문을 받고 우왕좌왕 헷갈리지 않게

아웃풋을 내놓을 테니까!

나는 같이 여행 다닐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왔고

그 기도는 이뤄진 것 같다.


새해가 되면 이쪽저쪽에서 물어본다.

새해 계획이 뭐냐고

그런데 이번만은 말문이 막혔다.

나만 없어, 새해 계획?

결국 어영부영 올해가 끝날 거 같아 벌써 두렵다.

진짜 내가 욕망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욕망이라는 거 자체가 다 죽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자판기처럼 툭하고 누르면 새해 계획이 쏟아지는 사람들이 부럽다.

임신이나 특정한 상, 합격처럼 뭔가 실패와 성공이 딱 떨어진다.

난 그런 게 없는데 어떡하지?

그러고 있는 찰나 얼마 전부터 내가 추종하는 언니, 멜로 빈스가 힌트를 줬다.


3가지 질문,  저절로 계획이 뾰로롱

이 언니를 처음 알게 된 건  <5초의 법칙>이다.

인생이 계속 망해 좌절해 있을 때 NASA의 로켓 발사를 보고 발견한 법칙이라고 한다.

자꾸 무언가를  미룰 때 다 필요 없고 그냥 5초의 법칙으로 시행하라는 거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5부터 1까지 세고 그냥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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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 싫으면 5부터 세고 씻기 싫어도 5부터 세면 된다.

이 방법으로 무기력증을 조금 이겨냈다.

그토록 힘들었던 '시작'이 그냥 무의식적으로 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이 언니에게 더 빠지게 된 건 <셀프 하이파이브> 때문이다.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나 자신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거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요상한 마법주문처럼

내 안에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다.

멜로 언니 말에 따르면

새해 계획을 세우기 전에 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고 했다.

그중에 3가지를 소개하자면


1. 작년 한해 가장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던 사람은?


코코샤넬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코코샤넬의 클립이 내게 큰 영감을 줬다.

코코샤넬의 이름은 원래 가브리엘 샤넬인데

가수를 꿈꾸며 노래하던 시절 가장 많이 불렀던 곡‘코코리코’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승마를 할 때 치렁치렁 불편한 드레스를 입었던 여자들을 보고

샤넬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바지 승마복을 만들어 낸다.

그걸 입고 나타난 샤넬의 모습에 난 뿅 가버렸다.

김혜자의 ‘그래! 이 맛이야!’의 딱 그 느낌 그대로

 ‘그래! 이 멋이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저거라고!

코코샤넬은 자신의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멋지게 극복한 인물이다.

고아원에 버려져 고아들이 입었던 블랙과 친하게 됐고

나중에 블랙을 주인공으로 만든 리틀 블랙 드레스는 대히트를 친다.

이날 이후로 책장에 꽂혀 있었던 샤넬 책을 책상 위에 두었다.

도쿄 츠타야에서 어느 날 샀던 책인데, 이민 올 때도 고이 모시고 온 책이다.

그리고 선물은 무조건 샤넬 향수 옷은 무조건 블랙만 사게 되었다.


2. 작년 한해 얻었던 깨달음은?


결혼을 해도 막상 가장 행복한 순간은 혼자 있을 때다.

싱글일 때 혼자 있는 것과

결혼을 하고 난 후 혼자 있는 것의 충만감은 아주 다르다.

맹목적 지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단단한 연결감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데 남편이 없어서 외로운 적은 없었지만 커리어가 없으면 확실히 외롭다.

나라는 인간은 커리어가 없으면 쓸쓸함을 느끼는 인간이다.

커리어가 주는 짜릿한 감촉이 날 살아있게 만든다.


3. 저지르기 두려운 한 가지 일은?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그때까지 일본 국내에서 이래저래 재미없는 일이 많아서
이대로 국내에서 어물어물해봤자 별 볼일 없겠다고
통감한 것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아무래도 예능작가의 뿌리가 있다 보니까

자꾸 그걸 토대로 무언가를 확장시키려 했다.

전혀 다른 영역으로의 전환이 겁났던 거다.

그래서 계속 나 자신을 어떤 경계 안에 가두었던 것 같다.

경계를 뛰어넘는 일을 벌이고 싶다.

도자기도 만들고 일러스트도 그리고 NFT의 세계에서 활동하고 싶다.

치과의사가 되면 하루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한정적이지만

예술작가가 되면 하루에 수만 명, 아닌 무한대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

더 큰 경계를 뛰어넘는 게 뭘까?

이제 다 뛰어 넘어서 더는 경계가 없는 세상은 어디일까?

그래! 영어로 된 책을 내고

<뉴요커> 잡지에 에세이를 싣자!

내 책은 이제 아마존에서 검색해 줄래?

올해 연말에는 달러로 번 돈으로 샤넬 옷도 사고

세금도 내보자고!


어물어물 해봤자 별 볼일 없다


구글에서 내브런치를 검색하면 영어 버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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