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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Aug 09. 2021

테슬라에 환장한 사람들을 위한 변명

사랑을 사랑하는 일

   

“글쎄 소개팅보다 내가 추천하는 이 사람 한번 만나볼래?

”누구? “

”너도 아는 사람이야 “

”(잔뜩 기대)

“일론 머스크라고. “     

후배들이 소개팅해달라고 조를 때 나는 솔직히 말한다.

남자보다 더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건 테슬라라고

이런 마음을 꽁꽁 숨겨 놓았는데 이제는 꺼내 놓는다.

왜냐?

테슬라 주식을 사는 건 나 자신을 응원하는 거고

나 자신을 응원하는 것만큼 섹시한 건 없다.     


내 인생을 찬찬히 되짚어 보니

일생 가장 중요한 만남은

남들이 보기엔 남편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를 만나고 밥벌이를 버리고 미국까지 왔으니

그런데 다 버리고 연고지를 떠날 수 있었던 믿는 구석은

남편이 아니라 사실 일론 머스크 때문이다.     


“말 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어!

 다 차 타고 다니는데

 혼자 말을 그리워하고 다시 타려고 하면 어떻게?”     


이 말은 과거의 연인을 못 잊는 똥멍충이들(나포함)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고

가장 크게 먹혔던 말이다.     


그 사람을 못 잊는 게 아니라

그 시절 빛났던 자신을 그리워하는 거다.

그 시절을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이 내 안에 남아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사랑을 사랑하는 일’을 했던 거다. 

어차피 말이든 차든 계속 시대에 따라 바뀌는 거고

우리는 그 변화를 읽어내야지 계속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의 대상은 바뀌지만 사랑을 사랑하는 일은 멈출 수 없다.     


그런 나에게

“이제 휘발유 차 타던 시대는 지나갔어!

 다 전기차 타는데

 혼자 휘발유 시대를 그리워하면 어떻게?.”

라고 말하는 일론 머스크가 나타났다.     


나는 전기차 시대를 낙관하고 확신하고 투자하고 있다.

이 과정을 남편과 함께 즐기고 있는데

우리는 이 덕질의 특별함을 이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확인한다.  

   

자신보다 일론을 더 믿고

서로보다 일론을 더 사랑하고

서로와 헤어질 확률보다 일론과 헤어질 확률이 낮다고.

지금은 우리가 테슬라를 키우지만

나중엔 테슬라가 우리를 키울 것 거라고.

어쩌면 우리에겐 테슬라라는 요상한 사이비 종교가 있어서

결혼생활의 믿음이 더 두터운지도 모르겠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대,

글 쓰는 여자에게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이었다.

넷플릭스도 없었고 잡지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그랬기에 방 안에서 소위 ‘팔리는 글’을 쓰면 돈을 벌 수도 있었다.

같이 파이를 키우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파이를 나눠 같기는커녕

무엇이 파이가 될지 먼저 아는 사람이 다 가지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읽는 감각’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사랑을 사랑하는 일’을 가능케 한다.

테슬라에게 투자를 해서 돈을 불리는 건

결국 나에게 투자하기 위해서다.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 쓰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테슬라가 벌어주는 수익으로 원하는 책을 실컷 사보고

궁금한 곳으로 여행을 간다.

그건 내가 나를 응원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예술가는 주식 같은 이야기 하는 거 아냐!’

이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 테슬라다.    

 

양자컴퓨터가 앞으로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이게 최근 나의 주된 관심사다.

주식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세계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무엇에 투자할지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

그 감각만이 우리 세계를 확장시키고 질문을 뾰족하게 다듬어 준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좋아하는 걸 끝까지 지키자’

‘사랑을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하자.

  대신에 “테슬라 주식을 사자라고 한다.     


이제는 고개만 돌리면 테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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