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총 맞아본 적 있어요?
정말 순딩이 친구였다.
군대를 가더니 내게 이상한 말을 했다.
“제대하면 난 살인 여행 갈 거야
죽이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다.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넷플릿스 <D.P>를 보고 이제야 조금 알게 됐다.
그리고 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넌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니?”
몇 년 전 김보통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탈영범을 잡는 군인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본인의 경험담이라 이야기가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졌고
너무 흥미로워서 드라마 기획안으로 썼던 것도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김보통 작가의 웹툰이 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보는 내내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멈춰 섰고 보고 난 후에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드라마도 미쳤지만 이 드라마를 감싸주는 포장지인
타이틀이 미쳤다.
이 작품의 세계관을 기가 막히게 압축해놨다.
이거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당신은 정말 내 머리통에 총을 쐈습니다.
각자가 한송이 꽃들로 이 땅에 태어났는데
군대라는 곳에 가서 괴물이 된다.
그 과정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그렸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너무 리얼해서 소름 돋았다고 했다.
동시에 방송국 시절 괴물들도 떠올랐다.
내가 경험한 군대는 거기였으니까
그 사람들도 혹시 군대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그렇게 망가진 걸까?
우리가 분단국가가 아니었다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 게 아니었다면
지금 조금 더 건강한 사회가 되었을까?
이 시대의 결과물은 달라졌을까?
“다 알고 있었으면서 방관하고 있었으면서”
그 말을 하는 주인공의 얼굴을 보는데
방송국 옥상에서 뛰어내린 막내작가 사건이 떠올랐다.
그 당시 너무 충격이었지만
방송은 계속 만들어졌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나 또한 우리 모두가 방관하고 있었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몽디쌤은 그 말을 실천하며 끝까지 앞으로 나간다.
뭐라도 하는 덴 용기가 필요하다.
군대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어떤 시절엔
부조리한 시궁창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답을 구교환이 알려주었다.
“지구를 지키자! 멋있는 거 하자.”
지구를 지키고 멋있는 걸 하려면
우정이 필요하다.
다시 친구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드라마를 조금 일찍 봤더라면
이 말을 해주고 싶었을 거다.
“죽인다고 복수가 아니야.”
그럼 가장 멋진 복수는 뭔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또 구교환이다. 기승전 구교환.
“지구를 지키자! 멋있는 거 하자.”
라고 외치던 구교환의 마음으로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