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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Aug 31. 2021

방역수칙을 어기며 아들 집에 오겠다는 이유



내겐 베프 두 명이 있다.

A와 B는 서로 아름다운 대조 미를 이루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한 명은 집순이고 한 명은 여행을 좋아한다.

타고난 기질부터 모든 게 달라서

내 베프 맞나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에겐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가 소개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거다.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기쁨이다.


최근에 연락을 주고받다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 빵 터졌다.

시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아들 집에 오고 싶어 한다는 거다.

이건 대한민국 모든 여자들이 가진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아들은 영원한 짝사랑이라더니

우리 엄마도 그랬고 우리 시엄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러라 그래”

양희은 선생님의 마법 주문을 외쳐도 이건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니까!

그런데 이건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닌

거대한 사회문화적 현상이었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카페에

익명으로 올라오는 글을 보고 천불이 났다.

갓 결혼한 새댁인데

자기가 일하러 간 사이에

고모댁 식구와 시댁 어른들이 집에 와있고

집에서 잠까지 자고 간다는 하소연이었다.

아니 코로나 시대에?

이건 신고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여기서 놀란 건 남편이랑 싸우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는 거다.

나였다면?

방역수칙을 들이대며 설득했을 거다.

그래도 안 들으면 사진 찍어서 내손으로 신고했을 거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건

타인과 나누는 온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거다.


이 역병의 시대에 방역수칙을 어기면서 까지

아들 집에 오고 싶은 시어머니가 많다는 걸 알았다.

여기서 재밌는 건

딸 집에 가고 싶어 안달 난 엄마는 없었다.


역병보다 더 무서운 게

아들을 못 보는 거라니…

이건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어떤 맥락에서 이러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코로나 우울증엔 아들이 특효약”

뭐 이런 걸까?

정말로 아들을 보면

행복할때 나오는 엔돌핀이 더 분비된다던지

스트레스 받으면 나오는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진다던지, 뭐든지 좋다.

학자들이 이 빅데이터에 관한 이유를

꼭 밝혀줬으면 좋겠다.

이건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작업이다.

나는 우리 엄마들이 왜 이러는지

진심으로 그 이유를 알고 싶다.


“도대체 아들이란 뭘까?”

“우리도 키워보면 알게 될까?”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인터넷에 떠도는 짤을 보며 웃었다.

그건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위로와 단단한 질문을 남겼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청년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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