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차 Sep 12. 2021

20년 동안 무엇이 되셨나요?

사주팔자를 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미래

911 테러가 20년이 되었다.

처음으로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는 걸 실감했다.

내 인생에서 아주 선명하게 남은 그날의 기억은 공기의 감촉이다.

그 뉴스를 듣던 여름 끝자락의 어떤 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적당하게 바삭하고 선선했다.

그래서 늘 상쾌한 밤공기가 느껴질 땐 그 사건이 떠올랐다.

20년이 지났지만 계절이 자아내는 밤바람은 신기하게도 똑같다.


다들 911 테러 20주년 뉴스를 보며

20년 동안 뭐했는지 시간만 가버렸다고들 한다.

나 역시 드라마 <인간실격>에서 전도연의 심정으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되지 못했지만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는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되지 못했기에

이제는 뭐라도 되지 않을까?     


어쩌다가 사주와 타로카드를 공부했지만

사주팔자를 까 보지 않아도 내겐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내가 따로 미래를 예측하는 소스는 따로 있다.

갖고 태어난 8개의 사주팔자보다

오늘 내가 하는 행동이 미래를 더 크게 바꾼다.

나와 내 주변인의 인생을 팔로우해본 결과

발견한 나만의 빅 데이터다.

미래를 만드는 소스는 다음과 같다.      


1. 자주 내뱉는 말이 예언이 된다.    

 

아카데미 같은 걸 나오지 않고 나는 독특한 방식으로 방송작가가 됐다.

그래서 정보를 나누는 동기라던지

끌어주고 밀어주는 동기라던지

술 마시며 같이 방송국 욕할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기로 이곳에 발을 들였고

매 순간마다 힘들게 다음 프로로 옮겼다.

그런 주제에 화려한 꿈을 꿨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예능의 꽃

<인기가요>가 하고 싶었다.

이 가능성을 확률로 따지면 과연 얼마가 될까?

이건 노력한다고 성사되는 게 아닌 신의 영역이다.

일요일에 생방송으로 하는 프로였기에

대놓고 나는 일요일에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다.

싸이월드에도 써놓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반복해서 계속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그게 현실이 됐다.

정말 신기하게도 <인기가요>를 하게 됐고

한번 도 하기 힘든 걸 두 번이나 했다.

내가 가진 행운을 모조리 여기다가 써 버린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때 알았다. 내가 하는 말은 그 자체로 예언이 된다는 걸.     


굿모닝이라는 사소한 인사가 그렇듯이

그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아침이 된다.

상대에게 해주는 말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듣고 있는 말이다.

내가 자주 뱉는 말엔 과학으론 설명할  없는 요상한 힘이 있다.     

어떤 연구 결과, 말의 65%가 현실이 된다니 꽤 괜찮은 숫자인거 같다.


2. 서로의 질문이 미래를 설계한다.   


엄청나게 뛰어난 스타보다 바로 내 옆의 친구가 결과를 낼 때

자극받는 게 인간이다.

가까운 주변인 5명을 평균 낸 게 나 자신이라 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가까이 두라는데

나는 ‘나를 긁어주는 사람’ 옆에 있으라고 하고 싶다.     

책을 내고 싶던 어둡고 긴긴 시절

먼저 책을 낸 언니의 말 한마디가 나를 바꿨다.

“왜 안 써?”

그 말이 나를 긁었다.

내가 복권이라면 동전으로 나를 긁어준 거였다.

다들 쓰고 싶다고 말만 하고 안 쓴다는 거였다.     

먼 훗날 그 언니는 베스트셀러 작가 되었다.

쭈구리 시절 진짜 나를 행동하게 만든 건

“책 써.”라는 응원의 말이 아닌 “왜 안 써?”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이 나를 움직였고 나는 산전수전을 겪고 첫책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를 냈다.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미래를 설계한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을 주셨다 했다.

그런데 질문이라는 건 참 번거롭다.

애초에 사랑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때로는 구질구질하다.

그런데 그 모든 걸 떠나 감동적이다.

그 능력을 아낄 생각 말고 흥청망청 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끝나면 어디 가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