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북클럽
손에 쥐는 책이 인생이 된다.
책은 인생의 예고편이다.
남편이 되기 전 남자 친구였던 사람은 내게 책을 선물했습니다.
처음 준 책이 <어디서 살 것인가?/ 윤현준 작가>였고
두 번째 책이 < 포틀랜드/매거진 B > 였죠.
그 당시만 해도 그게 내 인생의 예고편이라는 걸 전혀 몰랐어요
슬램덩크 만화책 전권을 짐으로 싣지 않고 손으로 들고
비행기 타는 낭만 인간이라는 점에 그냥 홀렸어요.
이 사람이라면 왠지 내 인생의 전성기를 같이
만들어 나가도 괜찮겠다고 성급하게 판단했던 것 같아요.
남편이라는 사람은 어쩌면
‘손에 쥐는 책이 인생이 된다’라는 걸 전달하러 나타난 사람 같아요.
그 메시지를 전하러 온 메신저라는 생각이 들면
양치 안 하고 자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기타 등등의 꼴 보기 싫은 순간에도 조금은 참을만합니다.
(어쩌면 인생에 나타나는 모든 인연은
중요한 한 줄의 메시지를 내게 알려주려 나타난 거 같아요. )
남편이 전한 메시지에 저만의 해석을 붙이자면
책을 손에 쥔다는 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는 일 같아요.
그전까지는 마흔 넘어 꿈의 도시 포틀랜드에 살게 될 거란 걸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그 책 제목대로 저는 지금 포틀랜드에 살게 되었습니다.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남자의 요상한 전략에 홀랑 넘어갔기에
와서는 생각지도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아직은 임시 영주권도 나오지 않아
어디에도 소속이 될 수 없는 무소속 불안 덩어리입니다.
얼음땡을 하고 있는데 언제 물이 될지 조마조마 한 얼음입니다.
그런 나에게 어쩌다<포틀랜드 북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나만의 작은 우주가 생겼습니다.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영혼을 가꾸고 요상한 생각을 합니다.
그와중에 제철의 낭만을 부리고 갬성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대부분 나 혼자이지만 가끔 나일론 멤바 남편과 함께 하기도 합니다.
결혼과 동시에 이방인이 되었지만
내 운명을 남편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결혼했지만 독립적 개인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오늘도 내 미래를 예고하는 책을 읽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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