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외로워
대체 이 외로움은 어디서 왜 오는 걸까
지난 주말 아이의 돌을 치렀다.
아기가 작년 신정에 태어나 올해 신정은 양가 가족들이 모여 소규모 돌잔치로 보냈다.
평소엔 곧잘 웃고 사람들도 좋아하는 아기인데
공간이 낯설어서였을까, 잠투정이었을까
엄마 욕심에 한복에, 드레스에 불편한 옷을 입혀서였을까
아기가 울면서 보채는 바람에
내내 안고 달래 가며 사진 찍느라 돌 치르고 나니 두 팔에 알이 폭 배겼다.
아이의 첫돌을 치르고 나니
뭔가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하다.
돌만 지나면 뭐든 먹여도 되고 잘 먹을 줄 알았지만
아직도 이것저것 가리는 것도 많고 조심스럽다.
먹는 것에 탐색이 오래 걸리는(잘 안 먹는) 아가라 한 끼 먹이고 나면 힘이 쑥 빠진다.
육아가 이렇게 외로운 일일 것이라고는 전에는 짐작도 못했다.
내내 아이와 붙어있지만 말이 안 통해서 그런 걸까
아이를 보면 예쁜데 가끔은 지치고 외롭다.
남편이 나름 열심히 육아를 도와주지만
왠지 모르게 남편은 육아라는 풀에 한 발만 들여놓고 한 발은 빼놓고 있는 기분이 든다.
친정이 가까웠으면 좀 나았을까.
말 많은 엄마나 여동생이랑 자주 볼 수 있었더라면 아기도 같이 보고 수다도 떨고 했을 텐데
멀리 시집와놓고 이렇게 아쉬워하다니 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근처에 시부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가서 아기 맡겨놓고 맘 놓고 쉴 수도 없는 노릇.
괜히 외롭고 울적해져서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다. 새해 안부 겸,
그러고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매운 쌀떡볶이를 사 왔다.
옆에서 아기는 밥풀로 자기 몸에 도배를 했지만
씁씁후후 매운 숨을 내쉬며 배를 채우니 그래도 좀 기분이 풀리는 거 같다.
코로나만 아니면 공동육아 핑계로 조리원 동기들도 자주 볼 텐데.
조만간 아기랑 같이 친정에도 다녀오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