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어 튜터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지 어언 한 달.
나에게는 18명이라는 유료 수강생이 생겼다.
한 명 한 명 속도가 달라도 확실히 수업을 준비해서 잘 가보자 가 목표였다.
그러던 중 그녀를 만났다.
태어나고 2개월이 됐을때 스웨덴으로 입양이 됐다던 외모만 동양인 모습을 한 그녀.
그녀는 자음 모음 따위는 필요없고 때려박는 한국어를 원했다.
12월에 한국 가족을 만나러 처음 방문하는데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다는 큰 꿈.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기초부터 해야한다고 했다고 당신이 제발 나를 도와줄 수 없겠느냐 라는
말을 듣고.. 한참 강의 초반이라 그랬는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서 없는 시간 쪼개가며 롤플레잉지를 만들고 주5회를 매일 때려박기 한국어로
내가 읽을테니 따라 읽으라고 이야기 하며 계속 말을 하게 했다.
발음기호, 뜻 다 적어놨지만 발전은 없었다.
한계가 다다랐다.
너무 심각했다.
애초에 한국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 서양어의 발음체계와 한국어의 발음체계를 알리가...
없는 발음이 너무 많아서 따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고 선택을 하라고 했다.
-자음 모음을 딱 2회 정도만 수업을 하자. 기본적인 발음체계만 알더라도 큰 도움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과 나는 맞지 않는거니까 구독 취소를 해도 좋다.
하지만 그녀는 첫번째를 선택했다. 자음 모음을 통해 발음체계를 배우겠다는 입장이었다.
그까짓것 해보지 뭐. 라는 생각이었던 것같다.
방금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수업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고 구독을 취소해달라는 정중한 내용의 이메일.
난 그녀의 수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녀는 나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젠 의문을 넘어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ㅏㅑㅓㅕ, ㄱㄴㄷㄹ, 가나다라 왜 다 소리가 달라? 똑같아야지?
-영어처럼 그냥 옆으로 줄줄 쓰면 되는거 아냐? 왜 안된다고만 해?
-단어 이야기 하지 말고 그냥 ㅏㅑㅓㅕ만 하자.
그렇다.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연습조차도 없었다.
설명을 친절히 해줬다.
abcd의 에이비씨디는 그 알파벳의 이름이고 그 철자들의 각자 발음이 다 다르듯이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어는 결합문자라 옆으로 나열해서 쓴다고 글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꼭 자음과 모음이 결합이 되서 "네모상자 안에" 담겨야 읽을 수 있고 글씨가 되는거야. 라고 말이다.
그리고 발음이 너무 안 좋고 절대 안되서 그 발음이 되는 예시 단어를 말 하게 하면서 발음을 알려줬지만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난 포기를 하려고 한다.
이메일을 보냈다.
오늘의 수업까지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가 없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