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무턱대고 n분할로 해라! 라고 하다보니 이 부분은 사실 현업 트레이너들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뿐더러, 새로이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영역이 되어갑니다. 재미없는 자세한 이론적 내용은 다른 글에서 서술하고,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 언제, 왜 분할을 나누는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자극 vs 회복의 끝없는 줄다리기
드래곤볼에서 사이어인은 죽을 위기를 넘길때마다 점점 강해집니다. 점점 더 강해지다가 어느 선을 넘으면 초사이언이 됩니다. 인간의 몸도 사실 사이어인과 별 다른 게 없습니다. 운동으로 몸에 힘들게 자극(Stress)을 주고, 고기 먹고 풀 먹고 잠을 많이 자서 주어진 자극을 회복(Recovery)하면 이전보다 더 강한 몸이 됩니다. 우리 몸에서는 이렇게 운동에서 오는 자극과 회복과정이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의 자극과 회복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초사이어인이 된 것이 소위 올림픽 레벨의 선출들입니다.
이를 조금 이해하기 쉽도록 게임처럼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의 체력 총량은 100이고, 체력은 매일 +10만큼 자동 회복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에 잘 먹고 잘 쉬어주면 +20% 버프가, 잠이 부족하고 영양이 부족하면 -20% 디버프가 생깁니다. 반대로 강도와 양에 따라서 다르지만 운동 그 자체로는 몸에 데미지를 줍니다. 가령 1km를 걸으면 -1, 100m 전력질주는 -20만큼 체력에 손해를 입는 식입니다. 프로그램이란 것은 근본적으로 자극의 총량과 회복의 총량의 비교입니다.
위의 가정에 따라서 만약 하루에 1km씩을 걷는다면 데미지는 -1, 하루 회복량은 +10이니, 매일 +9만큼 체력이 차오릅니다. 당연히 이 경우는 매일 해주는 게 가능하고,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거라면 3분할을 해서 2일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매일 해주는 것이 산술적으로 3배 더 많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반대로 100m 전력질주를 하는 경우, -20의 데미지를 입고 하루에 +10만큼 회복하니, 매일 한다면 체력 총량이 하루에 -10씩 점차 깎여나가게 됩니다. 이 경우는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2일에 한 번씩 해주는 게 최적입니다.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사람의 체력에 맞추어 올바르게 짠 분할 프로그램이라면 위의 내용이 숨어있습니다.
실제 분할의 적용
실제적인 상황에 적용해보겠습니다. 매일 운동을 갈 수 있고 180cm, 70kg 성인 남성이 스쾃, 벤치만 한다고 가정합니다. 아직 중량이 낮아서 스쾃은 60kg 3세트 10회, 벤치는 40kg 3세트 8회를 수행합니다. 이때 두 종목이 몸에 주는 데미지는 각각 -4, -3입니다. 이 경우 두 종목의 데미지 총합은 -7인데, 인간의 기본 회복력이 +10이니 이 사람은 사실 두 개를 같이, 매일 해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루 회복력이 데미지보다 크니 당연히 매일 해줘도 되고, 매일 해주는 만큼 더 빠른 발전이 가능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3분할을 시켜서 스쾃/벤치/휴식으로 진행한다면 매일 6, 7, 10만큼의 체력을 낭비하는 꼴이 됩니다. 무분할로 매일 진행하는 게 훨씬 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위의 사람이 꾸준히 운동을 해서 이제는 스쾃 120kg 3세트 10회, 벤치 80kg 3세트 10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두 종목이 몸에 주는 데미지는 각각 -8, -6이 됩니다. 이전에는 두 운동의 데미지 총합이 -7이었지만, 지금은 -14입니다. 당연히 하루 기본 회복력 +10을 넘어가니 이제는 두 운동을 전처럼 매일 할 수 없습니다. 이걸 매일 한다면 전체 내 체력을 매일 -4씩 깎는 도트데미지를 받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이 비로소 분할을 고려하는 "첫" 시점이 됩니다. 개별 종목의 데미지가 10을 넘지 않으니 2분할로 스쾃/벤치를 격일로 진행하고, 본인 컨디션에 따라 남는 2와 4만큼은 보조운동이나 유산소를 진행하면 되겠습니다.
위 사람이 이번에는 이직을 하면서 엄청나게 바빠져서 매일 운동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중량은 더 올라서 스쾃 150kg 3세트 10회, 벤치 100kg 3세트 10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데미지는 각각 -12, -9까지 올라갑니다. 그렇지만 워낙에 바빠 운동일을 줄이려고 합니다. 이전에는 2분할까지 나갔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 힘들어도 어떻게든 하루에 두 운동을 모두 몰아서 한 뒤, -21의 데미지를 입습니다. 회복에는 최소 3일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 3~4일에 1회 운동을 가는 주2회 무분할 구성이 됩니다.
정리
효율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라면 분할은 본디 훈련 강도가 올라감에 따라서 점차 늘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분할에서, 2분할, 3분할, 4분할을 거쳐 많게는 오전/오후 운동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이상의 훈련을 감당할 수 없으니 일반인이 3분할 이상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 때문에 아직 몸에 줄 수 있는 데미지의 총량이 적은 초보자는 더 빠른 발달을 위해 무분할을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또 세 번째 경우에서처럼 본인의 기초체력이 감당만 가능하다면 올렸던 분할을 다시 합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현질로 코치를 고용하는 방법이 베스트지만, 대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으니, 기본적으로 분할이나 프로그램은 타인이 주는 템플릿에 무작정 맞추는 것이 아닌 내 몸 상태에 따라 내가 스스로 짤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 눈에 데미지와 회복수치가 숫자로 보이지 않는데, 그걸 어떻게 판단하냐?" 는 질문이 예상됩니다. 소위 구력이 긴 사람들은 자기가 느끼는 신체 컨디션으로 이를 판단하지만,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자극 총량이 회복력을 넘어서는 시점'인 '정해진 훈련을 마치지 못하면, 이전 운동의 자극에 비해 회복력이 부족한 것' 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자기 객관화 능력과 꾸준한 운동 로그의 기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자극과 회복, 프로그래밍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다른 글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