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는 바뀌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를 오래 해왔다.
다주택자로 살아온 시간도 어느덧 10년이 되었으니 말이다. 10년 넘게 돈을 좇으며 살아왔다.
그러한 나는 부자가 되었을까?
금수저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나는 흙수저로 태어나진 않았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아주 넉넉하진 않았지만, 밥 걱정, 등록금 걱정을 하며 살지는 않았다. 굳이 수저 색을 따지자면 ‘동수저’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은수저 언저리’ 정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연봉과 함께 부동산을 20채 가까이 투자했지만 금수저는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금수저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으로 성과를 내면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콘텐츠도 많다. 그러나 나는 그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이 투자하는 지인들 중 나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이 많다. 한강이 보이는 집을 두 채씩 보유하고, 건물 매매를 업으로 삼는 분들. 그분들 중 일부는 정말 수저를 바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극소수다. 1% 이하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의 계층 한 칸 위로 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설령 수저가 바뀌었다고 해도 그 바뀐 삶을 유지하려면 또 다른 에너지가 든다. 생활비는 늘고, 기준은 높아지고, 주변 환경도 바뀐다. 내가 겪고 있다. 강남으로 이사했지만 주변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지출이 늘었다. 자동차도, 여행도, 학원비도 이전보다 한 단계씩 상향해서 생각하게 된다.
용케 상급지로 넘어왔다 해도 삶의 팍팍함은 여전하다. 삶이 팍팍한데 수저가 바뀐들 무슨 소용인가. 결국 참 의미 없는 수저 놀음이다.
그렇기에 나는 투자로 수저를 바꾸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내면 끝이 없고, 욕망의 기준점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일이 어쩌면 투자보다 더 어려운 숙제일지도 모른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