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이 퇴사한다

퇴사 메일을 받고 생각하는 회사 밖 세상

by 배부른기린

가끔 퇴사를 알리는 메일을 받는다.


크게는 두 가지 부류다. 한 부류는 사원급 후배들의 퇴사 메일이고, 다른 한 부류는 고참 부장님들의 퇴사 메일이다. 두 부류 모두 주된 퇴사 사유는 이직이다. 전자는 새로운 업계, 새로운 회사로 가는 반면 후자는 오랫동안 해온 일과 연관된 동종 업계로 나간다.


가장 생뚱맞고 의아한 퇴사 메일은 과장급의 퇴사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통상 과장급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중반이 될 것이다. 이들은 입사 초기 이직을 선택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변화를 싫어하는 성향이거나 회사에서 뜻을 펼치기로 선택한 이들이다.


바쁜 회사 생활을 하다 정신 차려 보니 이직할 타이밍이 애매해진 자신을 보게 된다. 이들은 이제 다른 길이 없다. 차장, 부장까지 달려갈 뿐이다.


그렇기에 과장급의 퇴사 메일은 낯설기도 하거니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에겐 아직도 기억나는 퇴사 메일이 있다.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보려 합니다. 쉽지 않다는 거, 나가봐야 뭐 없는 거, 바깥은, 타인은 Hell인 거 알지만.. 그런데 정말 내가 해보고 싶었던 거, 여기서 좀 더 나이 들면 그 생각마저 머리에서 날아갈 거 같네요. 이미 나이가 작지 않은데도 그래요."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과장급 선배의 퇴직 메일이었다. 건너 들은 이야기로는 이직은 아니라고 했다. 궁금했다. 어떤 고민과, 어떤 계기로 퇴사를 선택했는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내 주변에 과장급으로 퇴사를 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가끔 상상한다. 내가 퇴사 메일을 보낼 때 어떤 주제로 보낼지를 말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는 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회사는 싫어하겠지만 퇴사하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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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은 우주에서 본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 표현했다.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는 작디작은 푸른색 점에 불과하다. 그 안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사회'라는 우주 속, '회사'라는 창백한 푸른 점에 살아간다. 그 안에서 경쟁한다. 남보다 좋은 고과를 받으려고 치고받는다. 남들보다 빠른 진급을 위해 달려간다. 회사 밖의 세상에 관심이 없다. 회사가 세상의 중심이자 소우주다. 멀리서 보면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함에도 대부분의 이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회사는 Cap이 씌워져 있다. 나의 미래의 월급은 내 옆자리 선배의 지금 월급이다. 고과를 잘 받으면 옆자리 아무개 동기보다 월급이 많아진다. 하지만 그 액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연봉 1~2천만 원 차이를 만들려면 다년간의 상위 고과가 필요하다. 수년간 남들보다 열심히 하며 나를 갈아 넣는 대가가 연 1천~2천만 원이라면 그것이 큰 금액일까?

푸른 점 밖에서 보면 아주 미비한 차이에 불과하다. 아니 똑같이 보일 것이다. 푸른 점 밖에는 목성도 있고 태양도 있고 더 큰 무엇인가도 많은데 말이다.

푸른 점 밖에는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그곳엔 Cap이 없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정직하게 평가받는 곳이다. Cap이 씌어있는 푸른 점 안의 세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옆자리 아무개와 내가 낫니, 네가 낫니 싸우는 것이 별 의미 없다는 이야기다.


직장인들은 푸른 점 밖의 세상이 있다고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성공 사례를 찾아야 한다. 카페,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은 굉장한 수익을 내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돈을 벌었다는 것은 동기부여가 된다. 특히 내 주변의 누군가의 성공은 더욱 그렇다.


언젠가는 직장인 모두가 그곳으로 가야 한다. 미리 매를 맞냐, 나중에 맞냐의 차이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나 또한 아직 푸른 점 안의 존재다. 밖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동기부여도 되어 있다. 방향을 찾아 실행을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어려운 길이다. 가까운 곳에서 성공을 보지 못했다. 아니 주변에 이런 길을 가는 사람조차 없다.

하지만 내가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 세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배우고, 공부하고, 노력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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