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돈을 밝힌다고 혼내지 마시라

돈 이야기 편하게 합시다

by 배부른기린

내가 어릴 적 돈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왜 이렇게 돈돈 거리냐며 타박을 주셨다.


생각해 보면 엄마만 그러신 게 아니었다. 주변 어른들이 대부분 그랬다.


“돈 밝힌다.”

“돈돈 거리지 마라.”

“돈 얘기하면 돈 달아난다.”

“애가 벌써부터 돈에 집착한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에게 돈 이야기를 길게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돈 얘기를 하는 건 왠지 부끄러운 일,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일로 여겨졌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사농공상으로 600년을 살아왔다. 청렴한 것이 미덕인 전통이 남아있다. 뿌리 깊은 사상 속에 돈 이야기는 자연스럽지 않다. 그런 분위기 속에 우리 부모 세대도 자랐다.


돈을 좇는 삶보다는 성실함과 인내를 중시했다. 경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돈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경계하고 눌렀던 것이다.


돈은 숨길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할 대상이다. 아이가 돈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관심이고 궁금함이고 배움의 시작이다. 그때 어른이 해줘야 할 일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태연하게 대꾸해 주는 일이다. 돈에 대한 대화 하나가 그 아이의 경제적 자존감을 만든다.


만약 그게 어렵고 못하겠다 하자. 그렇다 해도 최소한 부정적인 고정관념만큼은 씌우지 않아야 한다. 돈은 나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를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지 않나 싶다.


아이가 10살이 조금 넘으면 함께 부동산에 갈 생각이다. 굳이 무엇을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의 분위기를 느끼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미묘한 대화를 느끼기를 바란다. 부동산의 냄새를 느끼기를 바란다.


자연스럽게 이런 것이구나 분위기만 익혀도 충분하다.


런 것들이 쌓여서 돈을 알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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