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20년 부동산에 미친 세상을 말하다

미쳤던 부동산 불장, 그때의 기억

by 배부른기린

이제는 오래전 이야기지만,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상승기의 추억은 지금도 내게 강렬하게 남아 있다.


2013년 초까지는 하락기였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시세 체크조차 잘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러다 2014년에 들어서면서 아주 조금씩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내가 보유한 물건을 1년 만에 확인했더니 무려 1억이 올라 있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시절의 변화를 돌이켜 본다.


1.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든다.
투자자들이 먼저 움직였다. 발 빠른 이들은 갭투자로 여러 채를 사들였다.


2. 사람들이 점점 모여든다.

눈치 빠른 일반인들까지 가격 상승을 인지하며 매수에 뛰어들었다. 저가 매물은 빠르게 사라졌다.


3.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제는 비싼 매물만 남았다. 그래도 샀다. 완벽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다. 신고가 행렬이 이어졌다.


4. 사람들이 미쳐간다.

물건이 없었다. 나오면 곧바로 신고가였다. 청약 경쟁률은 하늘로 치솟고, 분양사무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가격이 높아지자 사람들의 이성은 점점 흐려진다.


5. 정부가 미쳐간다.
대출을 막고, 세금을 올리고, 전국을 조정 지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시장은 잠시 움찔할 뿐, 다시 불길처럼 치솟았다.


6. 모두가 미쳐간다.

광기 가득한 세상이었다. 뉴스에서도, 대통령도, 장관도, 회사 동료도, 친구도 모두 부동산 이야기를 했다. 부동산이 전부인 세상이 미쳤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들 역시 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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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상이었다.


미친 가격, 미친 사람, 미친 정부, 미친 세상.


인간이 돈에 미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똑똑히 보았다.


회사에서도 세 명 이상 모이면 부동산 얘기였다. 심지어 평생 부동산에 관심 없던 친구조차 투자 강의를 듣고 와서 내게 조언을 구했다.


축제 같기도 했고, 광기 같기도 했다. 돈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흔드는지, 탐욕이 이성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지 뼈저리게 배웠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미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관계, 가족, 회사보다 부동산이 우선이었다.


자산을 크게 불려준 황금기였지만, 동시에 나를 집어삼킨 시간이기도 했다. 눈앞의 숫자에 매달리며 더 중요한 것들을 놓쳤다.


그렇다고 후회만 남은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통해 돈이 인간을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배웠다.


시장은 앞으로도 요동칠 것이다. 언젠가는 또다시 광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도 나는 흔들릴 것이다. 아니,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흔들릴 즈음, 2014년부터 2020년까지의 광기 어린 세상의 끝을 떠올릴 것이다.


그 기억이 정신을 붙드는 작은 닻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한 번의 경험은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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