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상당히 치밀해졌다

찝찝함 속에 살아가는 시대

by 배부른기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제 왔던 마사지방이라고 한다. 아가씨에게 해코지한 장면이 CCTV에 녹화되었다고 한다.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이라는 의심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그런 적 없다고 대답했더니 남자가 불같이 화를 낸다.


“XX 년 XX 월 XX 일 생 XXX 씨! 계속 발뺌할 겁니까?”


알았다.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구나. 또 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되물었다.


“그 정보 말고 또 아는 게 뭐 있습니까?”


침묵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목소리는 대답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묘한 긴장감이 온몸을 감쌌다.

20210926_115618.jpg


전화를 끊고 나니 괜스레 찝찝했다.


도대체 내 정보가 어디까지 팔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그들에게 나의 가족 정보까지 있다면 과연 이렇게 태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불안해졌다.


바로 네이버, 카카오톡, 구글 비밀번호를 바꿨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 떠오른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보안이 강화되었다는 알림 창이 떴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이런 찝찝함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내 정보가 어디에 흘러 다니는지 알 수도 없고, 그 정보를 악용하려는 사람은 늘 존재한다.


결국 우리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오늘도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찝찝하다.


매우 찝찝하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