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의 단짝, 그리고 씁쓸한 결말
동길이라는 친구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있었다’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일곱 살 때 처음 만났다.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늘 함께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늘 붙어 다녔다. 부지런한 동길이는 매일 아침 8시가 되면 우리 집으로 왔다. 현관에 신발을 신고 앉아 주섬주섬 옷을 입는 나를 기다렸다. 준비가 끝나면 둘이 나란히 걸어서 학교로 향했다.
하교 후 골목길은 언제나 우리의 세상이었다. 축구, 야구, 술래잡기, 다방구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나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속에는 늘 동길이가 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다른 학교로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달랐지만 집이 가까워 여전히 자주 만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는 입시 준비로 서로 바빠졌다. 가끔 독서실에서 스치듯 만나던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우리는 단짝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동길이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작은 사고들이 이어졌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술버릇은 점점 심해졌다. 누구를 때려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수로 치부했다.
어느덧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갈 때가 되었지만 동길이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 취업이 되지 않자 그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지냈다.
어느 날부터 동길이에게 전화가 닿지 않았다. 몇 주 뒤, 몇 달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카톡은 읽히지 않았고, 1은 그대로였다.
엄마에게 물어봐도, 동생에게 물어봐도 모두 모른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했다. 몇 달이 지나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엄마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니 그때서야 엄마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동길이가 사람을 죽였어.”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상대를 쓰러질 때까지 때렸다고 했다. 뉴스에도 보도되었다. 모자이크 속 동길이의 모습을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그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유를, 연락이 끊겼던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함께했던 그 친구를 사회 뉴스에서 보았다. 참 씁쓸하다.
사실 동길이의 술버릇은 오래전부터 위험했다. 술에 취하면 달라졌다. 대학교 때부터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 놀림거리 정도로 치부했던 일이 결국 인생을 무너뜨렸다. 술이 문제라기보다,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다. 하지만 그 단점이 누군가를 해칠 만큼 위험하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의지로 바꾸지 못하면, 언젠가는 대가를 치른다.
동길이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안타깝지만 동길이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아빠를 닮지 않길 바란다. 아빠의 과오가 그들의 인생을 짓누르지 않길 바란다.
가끔 교도소에 있는 친구를 대신해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이다.
나는 여전히 그를 친구라 부른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놀던 친구가 아니라, 인생의 경고로 남은 친구다. 동길이가 언젠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아이들 앞에 떳떳한 아버지로 설 수 있길 바란다.
친구로서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