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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May 21. 2018

눈물의 계란 후라이

궁극의 맛은 사람 사이에 있다 를 읽고

읽은 책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758418


한 줄 평


음식에는 추억이 깃들어있다.


인상 깊었던 구절


가장 맛있는 그믐밥은 집에서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여 먹는 밥이죠(p59)


이 식당에서 냉면을 먹어온 시간은 내가 베이징에서 살면서 만나온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추억까지 품고 있었다. 그 모든 사연과 추억은 일만 자를 써도 끝나지 않을 만큼 장구한 이야기이거니와, 설혹 쓴다 해도 나에게는 밥을 먹고 가는 곳 이상의 장소였던 이 식당의 의미를 다 담아낼 수 없다(p101)


음식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리는 것이죠. 맛있는 음식은 입맛을 열리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기쁨으로 열리게 하니까요. 좋은 술이 마음을 열어 흉금을 터놓게 만드는 것처럼요(p185)


뜨거운 음식과 뜨거운 심장은 모두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필수 요소이며, 음식의 신선한 온기는 그 음식이 갓 완성된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찰나의 선무이다. 조금 적절하지 않은 비유일지 모르지만, 신선한 온기가 지나가버린 음식은 내 어깨에 기댄 여자가 전 남자친구를 그리워하고 있는 상태와도 비슷하다(p258)


어떤 음식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만의 습관은 아닐 것이다(p261)


여러분도 보다싶이 나는 전병에는 젬병입니다. 요리의 세계는 넓고 다양해요. 그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꾸준히 깊이 파고들다 보면, 평생 밥그릇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p284)



감상평


군대 가기전 마지막 집밥으로 먹었던 엄마표 닭볶음탕, 인생 첫 소개팅에서 허겁지겁 먹었던 알리오올리오, 이별을 이야기하며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셨던 따뜻한 루이보스티, 동기들과 신나게 선배 욕을 하며 먹었던 굴보쌈, 맘에 드는 친구에게 맛있는거 사주고 싶어서 친 동생과 답사를 가봤던 양고기집 등 어떤 특정 음식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과 추억이 있다.


누구나 특정 음식과 얽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 추억이 아프든 따뜻하든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왜 이렇게 선명하게 떠오르는걸까? 어쩌면 음식에는 우리의 오감이 총 동원되기 때문에 그 기억이 더 선명하고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으며 다들 음식에 얽힌 옛날 추억을 회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음식에 얽힌 몇 가지 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중국요리 중심으로 써보고 싶었으나 난 중국 잘 모르고, 중국요리는 더 모른다. 마라탕도 올해 처음 먹어봤고 그 흔한 훠궈도 안 먹어봤다. 얽힌 추억이 없다 ㅠㅠ)



1. 눈물의 계란 후라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수술을 하시게 되서 병원에 1주반 이상 입원을 하셔야 했다. 너무 어렸던 동생은 이모집으로 갔고, 우리 집에는 외할머니께서 나를 돌보러 오셨다. 사실 어릴쩍 외할머니랑 그닥 친하지 않았기에 1주일 내내 엄청 서먹서먹했었고, 엄마한테 쉽게 부렸던 반찬 투정이나 숙제 투정도 못했었다. 


우리 집 근처에 슈퍼나 시장이 어딘지 모르셔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주는데로 투정을 안하고 잘 먹어서 그런지 1주일 내내 정말 풀 반찬, 김치, 된장국으로만 밥을 먹었다. 할머니한테 고기 반찬 먹고 싶다고, 햄 먹고 싶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해주셨을텐데 어릴적 나는 왜인지 그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용돈은 아주 넉넉하게 주셔서, 매일 문방구 앞에서 평소에 못 먹던 쿨피스, 떡볶이, 돈까스 등등을 자주 사먹었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께서 계란 후라이를 해주셨다. 맨날 염소처럼 풀만 먹다가 영롱한 노란색과 흰색의 자태가 어우러진 계란 후라이가 내 눈 앞에 나타나자 한입 먹고, 맛있다고 펑펑 울어버렸다. 꺼이꺼이. 그날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미얀하고, 귀엽고, 짠한 복합적인 감정 아니였을까? 9살 인생에서 먹어본 최고의 음식은 그날 먹은 계란 후라이였을것이다.


아직도 이걸로 이모들과 엄마는 종종 나를 놀린다. 계란 후라이 먹고 싶냐구 울지 말라구. 아직도 계란 후라이만 보면, 난 초등학교 2학년 때의 내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잊혀지지 않는다. 눈물의 계란후라이. 그래서 그런지 오므라이스, 계란찜, 계란말이, 오믈렛, 스크럼블 애그 등 계란이 들어간 음식을 전반적으로 모두 좋아한다. 오늘 저녁에 하나 해먹어야겠다.



2. 랍스타보다 초콜릿


둘다 생일은 연말이였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선물은 서로 굳이 하지 않고 맛있는거 먹자고 이야기를 했고 랍스타를 먹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뭔가 해주고 싶었다. 해야 할 것 같은 남자의 직감이 전두엽에 꽂혔다. 


5 love language에서 항상 가장 낮은 점수가 나오는 영역은 나에게는 선물하기였다. 그만큼 선물을 해주는 것과 받는 것 모두 무감했다. 주위를 잘 챙기고 사랑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기에, 나도 사랑을 전달해주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 최근에 캘리를 배우면서 엄~청 노력을 하고 있지만, 원래 나는 선물이나 남을 챙기는거에 굉장히 무감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놈의 선물은 나를 항상 머리 아프게 만들었고, 특히 이번에는 더 고민이 됬다. 


선물을 하지 말자고 했기에 뻔하디 뻔한 것들은 안하는게 나을 것 같고, 뭔가 something special한게 필요했다. 계속 찾다가 우연히 수제 초콜릿 만들기 키트를 발견하게 됬고, 이거면 되겠다 싶어서 주문하였다. 실제로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모양과 맛은 어설펏지만 정성과 마음은 가득 담겨있었다. 행여나 나 혼자 만들어었다는 것을 안 믿을까봐 중간중간 사진도 많이 찍어놨다. 살면서 이런거 처음해봐서 줄 때도 긴장이 되었다. 과연 좋아할려나?


랍스타가 얼마를 하든지 얼마나 맛있는지에 상관없이 그 친구는 내가 어설프게 만든 초콜릿을 100배는 더 좋아했고, 비싼 랍스타는 사진 몇 장 안찍고 이 어설픈 초콜릿만 엄청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 몇 일 동안 아까워서 못 먹었다고 했었다. 역시 선물은 정성인가보다. 랍스타 너 초콜릿한테 대패했다. 지금은 함께 하고 있지 않은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계절이 많이 바뀌고 따뜻해졌으니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책 이야기



중국 요리에 대해 잘 몰라서 구글로 해당 음식 사진을 계속 찾아보면서 읽었는데, 그래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차라리 분량을 줄이고 책에 삽화가 들어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쩐빵에서 하는 번개에서 중국요리를 많이 먹으러 간다는데.... 매번 참여해보록 노력하겠다!!


다양한 중국요리의 세계가 궁금하신 분은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 다큐멘터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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