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용만 회장님의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를 읽고
대기업 회장님의 고뇌부터 옆집 아저씨의 친근함까지 인간 박용만의 다채로운 모습과 다양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책. 무엇보다 본인이 이 책을 출판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깨닫고 배운 것들이 많았을 것 같다. 나한테 이 책은 내가 겪어왔고 현재 경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고, 아직 가보지 부분에 대해서는 만약 나는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거리를 던져주었다. 담고 있는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여 분량이 다소 공격적이지만,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천천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최근 1년 간의 피드백을 종합해봤을 때, 이제 실무자로써 업무를 잘하는 건 기본이 되었고 평가에 반영조차 되지 않고 이젠 팀의 시니어로 팀과 사업의 initiative와 성과를 더 능동적으로 만들어내는것을 리딩하고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다만 조직의 가운데서 치이고 박히었던 스트레스가 심했고 올해 초 다양한 좋은 기회가 있어 이직을 잠시 고민하였지만, 주위 다양한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보니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단계라고 판단이 되어, 현 조직에서 시니어로의 리더쉽을 꼭 갈무리 지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리더의 책임감과 외로움, 올바른 의사결정의 과정과 무게감, 리더쉽의 선결조건, 감정 컨트롤 등 역시 리더쉽과 관련된 부분들이 눈에 가장 많이 들어왔다.
요즘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성품은 좋으나 실력이 부족한 팀원'과 '실력은 좋으나 성품이 안 좋은 팀원'의 업무 성과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고, 어느 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이다.
각자의 특성, 그릇의 크기, 역량의 수준을 감안하여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에 잘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고, 피드백과 관리를 통해 업무 성과가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리더쉽의 역할이지만 한편으로 사람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한 최대치와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는 성품이 좋은 팀원들이 피드백이나 개선점을 더 잘 받아들이고 고치려는 노력도 열심히 하는 것 같고, 업무적인 성과가 미진한 부분들은 조직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이와 반대로 성품과 관계적인 차원에서 이슈가 있는 팀원은 고쳐내기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그 친구의 부모도, 예수도 아닌데 어찌 사람을 바꿀소냐.. 실력이 좋은 팀원이 이탈될 경우에 단기적으로 팀을 운영하기에 어려울 수 있지만, '넥플릭스 규칙없음' 책에도 나왔듯이 똑똑한 왕재수는 빠르게 제거하는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극단적으로 성과가 너무 안날 경우와, 극단적으로 팀워크를 해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에 조직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밀어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매우 조심스럽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리더쉽들이 이 또한 한번쯤은 겪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리더쉽엔 참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성장을 하면 성숙해지겠지만 사실 성장해가는 과정도 성숙해야 한다. 지나친 몰입보다 조화롭게 살펴가며 성장을 드라이브하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p295)
저자도 밝혔지만 성장을 위해 과정도 성숙해야겠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결과와 과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너무 좋지만, 굳이 선택하자면 결과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과연, 고 성장기와 모두가 처음 겪는 혼란의 시기에 어떻게 성숙하게 발전을 하며 성장의 결과까지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이해되고 합리화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면 그 과정은 이해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받지 못한다.
물론 사업이 전부인 IT 서비스에서 과정을 돌아보지 못함으로 사람을 잃는 소탐대실 할 수가 있다. 또한,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다보면 과정의 미성숙함이 결과를 제로로 만들어버릴 수가 있기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의사결정을 제어 할 수 있는 장치와 주기적으로 조직을 회고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고, 이 부분을 어떻게 꾸려가고 실제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가가 현명한 지혜이지 않을까. 너무 어려운 문제다.
다만 미래의 불안이 꽤나 둔중한 무게로 짓눌러 오며 생존과 독립에 대한 생각을 할수밖에 없었다. 미래가 분명치 않은 채 살아가던 날들의 생각이 훗날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을 결정하고 내 사고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의존할 곳이 없고 정해진 삶의 길이 없으니 독립심과 적극성을 갖게 됐고 기득권이 없으니 균형감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다행한 일이고 내게 주어진 축복이라 생각한다(p46)
경험이 없고 판단이 편협하면 의도가 좋아도 이렇듯 싸가지 없게 굴게 되는 일이 흔하다. 곁에 그것을 지적해주고 바른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참 행운이다(p126)
내가 진짜 믿어야 하는 사람의 정의는 간단하다. 자신이 한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은 설사 자기한테 불리한 일이라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전달할 사람이니까 그 사람의 말은 항상 믿을 수 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자기가 하겠다 한 것은 반드시 이행을 하니까 일을 맡겨놓고 필요한 것을 해주면 그의 능력 안에서는 웬만하면 믿고 맡기면 되었다(p180)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가면 그 직책에 걸맞은 사람이 될 때까지 저지르는 시행착오를 조직의 구성원들은 무수하게 겪어내야 한다. 또 그 자리에 가기 위해 준비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준비 안 된 사람 때문에 낙오한 것인지도 돌아봐야 한다. 그러니까 이것도 공평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p284)
대부분의 상황을 보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란 하나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는 여러 개의 의사 결정 변수들로 시작해서 그 딱 하나의 의사 결정에 이를 때까지 선택지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얼마나 빠르고 과학적으로 처리하느냐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뒤에 결정했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다 같이 과학적으로 내린 결론을 실행할 책임을 내가 지겠다는 선언이다(p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