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도 그 일을 할 수 있다!
평온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본업을 다시 한 지도 어느덧 2개월
알바를 이어간지는 어느덧 3개월이 넘어간다.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던 중 쿠팡,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평생 서울에 살고, 서울 최고의 대학을 나와, 평탄하게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정규직이라 노후 걱정도 크게 없는
그런 한 동료의 말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우리가 현재 하는 프로젝트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지원을 잘 받지 못하는 친구들을 돕는 그런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로 인해 잠깐 지원을 받을 순 있어도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친구들은 다시 어려운 길을 걷게 된다.
그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서
“하다가 안 되면 쿠팡 일용직 하겠지~”
“본업 유지하는 것보다 쿠팡맨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쿠팡 아르바이트, 우리가 돕는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친구들 모두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단 하루 쿠팡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며 너 같은 놈은 와서 비실비실 거리다 열외 됐을 거다 이 새끼야
여기서야 좋은 성과를 내서 대접받으며 일하지만 다른 일터로 갔을 때는 절대 지금처럼 대접받을 수 없다.
언제까지 본인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나?
그러면서 온갖 직업에 대한 비하를 이어간다.
그중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타깃이 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지원을 하려는 지원자 중에 주말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시간을 못 뺀다고 한 친구가 있다.
그 동료가 지금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냐며
이런 중대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게 더 중요하지 편의점 아르바이트 따위가 중요하냐며 열을 냈다.
맞다. 맞는 말일 수 있다.
단기지만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함께하면 본인 커리어 관련 좋은 인맥과 장점들을 얻을 수 있다.
내가 만약 그 친구였으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프로젝트에 지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따위’로 비하될 일도 아니다.
그 친구에게는 더 우선순위가 분명히 있을 터,,
이번에 쉬면서 본업 외에 다른 일들을 하다 보니
어떠한 직업도 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더더욱 느꼈다.
그러면서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미치도록 하인간 같아 보였다.
근데 문득 나도 그랬던 옛날 젊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나도.. 그랬었다.
친구들이랑 농담하며 ‘넌 쿠팡 알바나 하면서 살아라’라고 했던 게 불현듯이 기억난다.
어떤 맥락이 있는 말이 아니었고, 그냥 일 안 하고 놀고 싶다 하면 저런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나 따위가 뭐라고 구슬땀, 피땀 흘리며 일하는 그분들에게 그런 저급한 농담을 했던 걸까
내 직업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 동료 앞에서는 크게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사람도 언젠가 다른 일들을 하게 되면 그런 식으로 쉽게 이야기하지는 않겠지?
무지함에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저렇게 나의 세컨잡이라고 할 수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비하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이 일을 하는 걸 들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그 정도 인가보다.
일본에서는 프리터족으로 불리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문화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들었다.
지금 당장은 또 일이 들어와 근근이 본업이 프리랜서 일을 이어가고 있지만
몇 개월 뒤 나는 또 새로운 일을 찾을 것이고 일이 없으면 알바를 더 늘려갈 것이다.
어쩌면 내 평생직업일지도 모를 아르바이트
언젠가는 나 아르바이트하고 있어라고 말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당장 언제 아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나부터 이 직업에 대한 ‘아무렇지 않음’을 몸에 새겨야겠다.
근데 어렵다. 아주 어렵다.
아르바이트를 비하해서는 안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이야!
그런데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건 그 누구에게도 못 말하겠어.
창피한가? 비하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는데 내가 아르바이트를 비하하고 있는 건가?
이중적인 내 마음에 혼란스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