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보니 안타까워 보이는 학생들
이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지도 어언 3개월
다양한 손님들이 많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손님은
임신 얼리 테스트기를 사가는 고등학생 여자 아이였다.
한 고등학생이 들어와 생활용품 코너에 한참 머문다.
그쪽에 생리대가 같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친구가 생리대를 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3-4분 남짓 지났을까?
그 친구가 계산대에 들고 온 것은 ‘임신 얼리 테스트기’였다.
그냥 임신 테스트기 보다 조금 더 시기가 빠를 때 진단을 해주는 테스트기이다.
뽀얀 얼굴에 안경을 낀 그 학생은
미성년자 때 관계를 할 그런 얼굴로 보이지 않은 범생이 스타일이었다.
(물론 얼굴로 모든 걸 판단하면 안 되지만)
교복을 입고 임신 얼리테스트기를 사가는 얼굴에는
당당함도 없었고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저 삼각김밥이나 초콜릿을 사는 듯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왠지 모르게 얼굴을 쳐다보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계산을 하고
인사를 할 때 슬쩍 얼굴을 봤다.
떨림을 숨기는 거겠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내가 만약 고등학생 때 임신 가능성이 있는 관계를 했다면
당당하게 편의점에 얼리테스트기를 사러 올 수 있었을까?
만약 사러 왔다고 해도 저런 평온한 얼굴일 수 있었을까?
40대가 된 나는 마냥 엄마의 마음으로 그 학생이 걱정되었다.
그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간다.
언니 심부름이었으면,,
만약 본인 거라면 임신이 아니었으면,, 이번 기회를 계기로 피임에 대한 생각이 똑바로 잡히기를,,
반면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사가는 거 보면 이미 경험이 많은 친구인가,,
별의별 상상이 다 들었다.
진짜 내가 오지랖이 넓지 않아서 다행이지
푼수 떼기 아줌마였으면
학생, 피임은 철저하게 해야 해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20살 초에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고등학교 미혼모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아기를 낳은 엄마가 아니라 그저 아기처럼 보였던 그 아이는 2살 배기 아들의 엄마였다.
같이 일을 벌인(?) 남자는 그냥 아이를 떠넘기고 갔다고 한다.
그 남자의 부모들도 나 몰라라 하여 그냥 여자 쪽에서 전적으로 아기를 키우게 되었고
남자와는 연을 끊었다고 했다.
올바른 생각이 확립되기도 전인 미성년자 시절
누군가에게 버림받는다는 이 큰 상처는
앞으로 살면서 나의 가치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친구 관계의 손절만으로도 끙끙 앓는 여느 여고생들도 많은데 말이다.
편의점 알바와 손님으로 만나 단 10초 정도 마주친 그 여고생이 자꾸 떠오른다.
아무 일 없기를, 해프닝이기를, 앞으로는 피임 제대로 하기를,,
반대로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 보이는 분들이 임신테스트기를 사러 오면
나까지 같이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이미 내 친구들은 아이가 거의 대부분 있거나, 안 낳았으면 이제는 생각이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개중 어렵게 아이를 가진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에
내 나이 또래나, 임신 적령기 여자분들이 임신테스트기를 사러 오면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산을 한다.
그저 그 고등학생 친구가 먼 훗날 결혼 이후 평범하게 임신테스트기를 사는 여성이 되길 바란다,,
다시는 같은 항목을 사는 모습을 나에게 보이지 않기를
계속 마음 한 구석이 신경 쓰인다..
(내적 오지라퍼로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