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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lddae Apr 17. 2024

기이한 스마트한 생활

내 스마트폰을 찍으려다-스마트폰으론 스마트폰을 찍을 수 없구나-깨달음

오늘부터 여름인가 싶었던 지난 주말, 봄 햇살이 가득한 공원에서 본 풍경이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4인 가족이 날씨를 즐기고 있다. 정확히는 봄날씨 안에서 스마트폰을 즐기고 있었다. 아빠는 엎드려서, 엄마는 엎드린 아빠의 등에 기대 반쯤 누워서 각자의 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 옆에는 5,6살 남짓 되는 딸이 자기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막내 딸은 혼자서 쭈쭈바를 먹다가 오분 쯤 지나자 언니 옆에 바짝 다가 앉아 언니 스마트폰을 같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4인가족 풍경이 만들어졌다. 봄나들이를 나와 서로 아무 말 없이 각자 폰을 보며 웃거나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역시 스마트폰 중독 수준의 나도, 그 풍경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가 잘못됐는지 딱 짚을 수는 없지만 체감상, 이건 아니라는 강한 느낌.


같은 느낌을 두어달 전 대형마트에서도 경험했다. 주말이라 쇼핑객이 많아도 너무 많은 마트. 서로 카트가 부딪히고 정체를 겪으며 각자 원하는 물건을 향해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인파 중 한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젊은 부부였다. 편안한 차림으로 둘이 함께 카트를 옆에 두고 냉장코너를 보고 있었다. 카트에는 어린 아이가 앉아있었다.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에 아주 집중한 채였다. 판매객들의 외침, 쇼핑객들의 말소리로 아주 시끄러운 가운데, 아이만은 평온했다. 이런 소란스러움이 아이만 비껴가는 듯 보였다. 아이는 아동용 해드셋을 쓰고 있었다. 눈 앞에는 스마트폰, 들리는 소리는 오로지 해드셋에서 나오는 스마트폰 음향 뿐. 말 그대로 '시장통' 한가운데에서 스마트폰에 눈과 귀를 빼앗긴 아이를 두고 부부는 마치 아이가 없는 듯 편안하게 쇼핑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연인이 데이트를 할 때에도 카페에 마주앉아 말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의아하지만 웃기다. 그럴 수도 있겠네. 대화가 기록으로 남으니, 좋은 점도 있겠다-정도였다. 그런데 어린 아니들, 가족들이 등장하자 더이상 웃어넘길 수 없어졌다. 난 이런 걸 보면 왜이리 불편할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우리 삶은 놀라우리만치 편리해지고, 많은 것들이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들-예를 들면, 아이가 스마트폰을 보여달라 떼를 쓸 때와 같은-자칫 눈과 목과 뇌와 허리를 망가뜨리는 고정된 자세 때문에 나는 시쳇말로 '스티브잡스는 도대체 인류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스티브잡스가 지금 내가 본 이 모습들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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