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읽다보면, 끝에 다다를 수록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기대하게 된다. 글의 진행이 옹골지고 박진감 넘칠 수록 기대감이 차오르다, 끝을 '기대해 본다'로 맺었을 때 그 실망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특히 자기 생각을 밝히는 신문 칼럼에서 이런 경우가 왕왕 있다. 사실, 내가 보기에 이 마무리가 한 때 크게 유행했던 건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이런 맺음이 (잘 쓴 글에서는) 자주 보이지 않는다. 식상하고, 성의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손 쉬우면서 식상하고, 글 전체의 격을 떨어뜨리는 마무리가 이 '기대'와 '소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표현이다.
나는 글이란, 모름지기 의미를 잘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해 "얘도 식상하고, 성의없는 말 하고 있네" 싶을 지 모르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걸 최대의 가치로 여기고 글을 쓰면 문장과 문맥, 필체 등이 그 가치 안에 가지런히 정렬한다.
1. 과장, 혹은 비약은 물론 첫째로 배제해야 하며
2. 지나치게 긴 문장도 의미를 흐릴 수 있고 읽는 사람을 현혹시키므로 자제한다.
3. 미사여구, 현란한 형용사나 부사, 잘 쓰지 않는 어색한 어휘(이는 글쓴이가 적확한 쓰임에 의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사용했다기 보다, '나 이 단어 알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넣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글쓴이의 의도가 전자인지, 후자인지는 읽는 사람이 기가막히게 알아채린다. 그리고 단어에서 쓴이의 후자에 해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때 큰 거부감을 느낀다)
4. 최대한 간결하고, 담백하게 쓴다. 문장은 의미를 전달하고 나면 손가락 사이 모래가 빠져나가듯 금세 소멸하듯 독자의 인지 안에 남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는 긴 글을 읽는 동안, 문장이라는 껍데기 대신 의미만 차곡차곡 인지하길 바란다. 문장은 하나도 남지 않고 순수하게 의미만 남을 수 있도록 존재감을 최소화한 문장이 좋다고 본다.
요는, '거슬리는 것 없는' 문장이 좋고, 그 문장 안에 담긴 의미와 뜻이 참신하고 진솔하면 더더욱 좋다. 쓰다보니 나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지만, '기대한다'는 마무리에서 나는 거부감을 (많이) 느낀다. 차라리 이러이러하실 '바란다'라고 끝내는 편이 낫다. 지금까지 펼친 논리에 자신의 바람과 희망을 더하고 싶다면, 그 마음이 독자 마음에 콕 박힐 수 있도록 더 세련된 표현을 고민하는 정성을 들였으면 한다.
그래서 글을 읽다 종래에는,
'기대한다' '기대해 본다' '~~하길 바란다'로만 맺지 않아도 '이 작가 글 좀 쓰네~'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의무적으로 써야하는 칼럼 순번에 맞춰 대강 생각을 흩뿌려놓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람을 '기대하며' 끝내면 읽은 시간이 아까워진다. '기대한다'는 마무리에서 얼른 (고민하지 않고, 그저 쉽게쉽게, 말만 되게) 글을 끝내고 쉬고싶은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주장을 실컷 펼치고 나니, 이제서 나도 이 글의 마무리를 어째야 하나 슬그머니 부담이 느껴진다. "그래, 그렇게 신랄하게 비판했으니, 너는 적어도 그와는 다른 맺음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니?" 글을 읽을 몇 안되는 분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