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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함을 팔아 돈을 긁어모으는 작가의 마케팅

by bbulddae

'폴리티컬 코렉트'를 표방하며,

그에 따른 선한 이미지로 책을 팔고 TV에도 출연해 유명세를 탄

어느 작가의 이야기.

이 정도면 작가보다는, 마케터 아닌가... 싶은 허탈함에 기록을 남긴다.


실제 어느 작가의 이야기다.

어려운 생활고를 이기며 글을 써오던 한 작가가 우연히 한 에피소드로 SNS에서 회자되고,

이 사연이 알려져 유명 TV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이 방송 후 강의도 수백 건 했다니, 강의료로만 수억을 벌었을텐데. 그에 탄력을 받아 재단도 설립하고, 착하게 살자는 모토로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어 강사로 초빙했다.


강의를 준비하는 동안,

다른 연락에는 반응이 느려 '바쁘신다보다' 했는데

돈, 책 주문 관련 메시지는 제까닥 답이 오더라는

중간 연결자의 말을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행사 종료 후

이 작가의 책을 직접 구매한 법인 관계자로서 여러가지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기가 차는 일이 발생했다.


출판사에서 나에게 보내온 책에는 '작가 할인' 명목으로 정가의 40% 할인 금액이 적힌 거래명세서가 들어있었는데,

책 대금을 작가에게 입금하려 보니, 10%만 할인된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걸 알게 됐다.

어차피, 회계 처리에서 거래명세서보다 세금계산서가 중요하기에,

여러차례 확인을 하며 연락이 오고간 끝에, 세금계산서 금액대로 결재를 올렸다.


내용을 종합해보니,

자기 책은 출판사에서 40% 할인된 금액의 도매가로 사서 주문자에게 보내고,

그 책값은 10% 할인된 금액으로 자기가 받는거다. 즉, 30% 마진을 추가로 챙긴 셈이다.


선한 얼굴과

감동적인 스토리,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수수한 외모,

세상 선함을 강변하던 작가가

뒤로는 셈빠르게 자기 책 판매에 꼬박꼬박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인지부조화가 올 지경이다.

어차피 책이 판매되면, 출판사는 작가에게 '인세'를 지불한다.

인세에 더해, 원래 출판사가 가져가야 할 마진까지 자기 호주머니에 챙겨넣는

그 모습에서

그날 강연장에서의 감동은 온데간데 식어버리고


한 욕심많은 인간의 추한 민낯을 확인한 씁쓸함만 남는다.

이정도면 과히,

선함을 잘 활용하는 마케터, 아닌가.

어떤 측면에서는 참, 대애단 하십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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