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허해 흑염소탕을 먹은 날
동시에 2개 행사를 준비하고,
그제 일욜에 마지막 행사를 끝낸 후, 계속 달고있던 감기가 더쳐, 극심히 몸을 괴롭혔다. 요즘 몸이 허하면 혼자 회사 옆 흑염소탕을 먹으러 가는데,
생각해보면 흑염소의 효능보다는, 넓고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이 공간이 나를 쉬게해서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혼자 조용히 밥먹고, 10분동안 멍때리면 좀 힘이 나는 느낌.
그리고 오늘도 밥 한 숟가락을 남겼다. 신기하게도 꼭, 한 공기를 먹다보면 마지막 한 숟갈이 남았을 때 확 포만감을 느껴 이 즈음에서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작은 공기로 먹어도 마찬가지. 이거 꼭, 여행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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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면 낯선 곳을 낯설어하다 꼭 돌아오는 날 비로소 여기에 적응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3일이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언제나 힘들고 낯설어 헤매다 돌아가는 마지막 날이면 이 도시 길이 눈에 익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더라. 그러면서 비로소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제까지 그렇게 그립던 내 집은 1도 생각 안 나고
지금, 이 곳의 매력이 성큼 다가온다.
얄궂다 나란 사람.
이라 생각했는데,
그제 APEC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이런 얘길 했다.
"외국인 정상, 스태프들을 마주치면 그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하이, 굿모닝 인사를 하는데
난 그게 말이 안 나와 미소로만 답하다
4일 째 되는 마지막 날 되니, 나도 자연스럽게
'굿모닝 써'
하고 답을 해주게 되더라고요. 4일 걸려서 말이죠."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뭐든 끝날 때 자각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기간은 중요치 않다. 오늘, 지금, 여기, 이 시간이 곧 끝날 거라는 진실이 내 무의식을 자극해
아까와는 조금 다른 나를 만든다 .
그리고 그런 내가 새삼스러우면서 살그머니
어제보단 조금 자랐구나- 싶어
기특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앓을 만큼 앓은 감기.
이제 끝물이겠지. 기침 가래 콧물에 적응했다는 느낌이 들면
이제 곧. 이 감기도 끝나길.
아이고. 얼른 들어가 회의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