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허리디스크로 6개월을 울며 보낸 기간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나의 가장 많은 걸 바꿔놓은 때였는데, 건강은 물론 생각과 가치관, 성격, 사고방식, 남자 계획까지 단 1개월 안에 모두 교체되고 변경됐다. 디스크 통증 단 하나로 말이다.
허리가 아픈 건 아니었는데, 허리 디스크에서 뻗어나와 다리를 움직이는 신경에 염증이 생겨 왼쪽 다리가 뜨겁게 달군 칼로 후벼파는 듯 아팠다. 밤에는 자다 일어나 방 안을 어그적 걸으며 울거나 그냥 엎드려 어쩌지 못하고 울었다. 얼마나 아픈지 다리에서 신경을 파내고 싶었다. 잠을 자지 못하니 더 미칠 노릇이었다.
허리, 특히 디스크로 인한 허리와 목 통증은 사람 미치게 하는 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상상 이상의 통증을 선사한다. 모든 질병과 사고가 그렇겠지만, 디스크는 유독 환자의 성깔을 그지같이 바꿔놓는 것이, 주변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고통으로 아파 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프다고 호소하는 거 외에는 사지가 아주 멀쩡해보이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이상이 없어 엑스레이는 물론 MRI를 찍어서야 디스크 추간판 탈락이라는 코드를 확정할 수 있는데, 그러기 전까지 주변에서는 이 환자를 꾀병으로 치부하기 쉽다.
나는 투병?기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 정말 성깔이 달라졌다. 예민해지고 화를 잘 내고, 짜증이 가득한 여자로 돌변했다. 완치되고 난 지금은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허리와 관련된 아주 작은 통증이라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경미한 교통사고가 그 중 하나다. 뒤에서 다른 택시가 나를 태운 택시를 박았는데, 다른 것보다 허리가 제일 걱정되어 나도 모르게 허리를 부여잡았다. 나는 길고 긴 통증을 통해 내 왼쪽 다리 속 어디쯤에 신경이 있는 지를 안다. 그 신경 언저리가 아파와 결국 병원에 입원실을 잡았다. 가장 불안한 건, 뒤통수의 통증이나 편두통, 허리와 목의 뻐근함이 아니라 왼쪽 허벅지 뒤쪽의 아련한 아픔이다. 이게 다시 도질까봐 지금도 입원실에서 먹고자며 내 다리 눈치를 보고 있다.
통증이 나았다고 그 후로 운동 안해서 미안해..라고 내 허리와 다리에 사과하고 지난 내 4년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4년 전 당시 잘 만나던 우리 엄마한테까지 인사를 했던 남자도 나는 견뎌내지 못하고 이별을 고했다. 당시엔 참을 수 없는 통증에 더해 눈치 없이 만나자 보채고 꽤 걸어야 하는 곳에 약속을 잡는 그 남자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데, 아프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사과를 하며 다시 만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성격이 그나마 좋게 유지됐어도 언젠가 헤어졌을 것 같았다. 치료 후 카톡을 보니, 그 남자는 카톡 사진에 다른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있었다. 나에게 그토록 '맞추자'고 말하고 말하던 커플링을 끼고 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길 바란다. 디스크 없는 여자를 만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