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bulddae Aug 28. 2023

찌라시에 '철근 다량 함유'란 말이 등장했다.

우리 가능하면 '바른말 고운말 우리말'을 써야겠지만, 지하철과 길에 있는 전봇대에 자주 보이는 저 '전단지'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담고 있기에 찌라시라고 해야지 (무엇보다 저런 광고지는 전단지보다 라시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


지난 금요일, 그날도 여전히 급히 퇴근길에 올랐는데 사람들을 비집고 탄 열차에 흔하디 흔한 찌라시가 붙어있었다.' 1억원이면 오피스텔 3채를 얻어 월 1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겠지' 하며 지나치려는데, 까만 블록에 굵고 하얀 궁서체 글씨가 눈에 띄었다. 철근을 다량 함유했다고....? 황당함에 우선 사진부터 찍었다. 아니, 무슨 비타민도 아니고, 철분도 아니고. '철근'이 '함유'란 말에 호응되는 목적어도 아니거니와, 철근을 많이 넣어 지었다는 걸 종이 맨 위에 제일 강조해서 적시한 꼴이 우스웠다. 그러면서 씁쓸했다. 지금, 무엇보다 우스운 건 저런 광고문구가 등장하게 만든 이 사회의 분위기니까. 필요한 철근 수를 스을쩍 줄여서 건물을 짓는, 1층도 아니고 십몇 층 씩 올라가는 고층건물을 지으며 철근 일부를 누락하는 이 간 큰 건설업계를 어쩌면 좋을까. 오늘도 LH본사를 경찰이 압수수색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인도와 다를 게 무언가. 우리 사회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이런 때 깊은 회의가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