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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lddae Aug 31. 2023

사실은 며칠 째 아이가 아프다.


심하게 아픈 건 아니지만, 설사를 며칠 하더니 나을 즈음 콧물이 조금 나고 이제 나았다 했더니 갑자기 밤에 열이 났다. 방법이 없으니 그때그때 언발에 오줌누기처럼 대증요법으로 약만 먹이고. 괜찮아지면 안도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열이 38도까지 올랐으니 얼른 데려가시는 게 좋겠다"고. 5교대로 돌아가는 업무, 어젠 야간근무를 하고 집에와서 꿀잠을 자던 남편은 서둘러 아이를 데려다 소아과를 갔고, 이런저런저런 의사 말을 들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남편 목소리 뒤로 "얼른!얼른!" 놀이방에 가자고 보채는 아이의 목소리는 아픈 아이의 것이 아닌 것 같아 일단 안심했지만, 그래도 책상에 앉아 일하는 마음이 불편하다. 많이 불편하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며 내가 제일 바란 건 "제발 아프지마라" 하나 뿐이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다른 건 다 내가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아이가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는 것도, 등원거부를 하는 것도, 출근하지 말라고 매달리는 건 각오했지만 아픈 건 각오조차 되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떼를 쓰거나 울지 않았다. 항상 복작이던 어린이집 중앙홀이, 아침 일찍 가니 아무도 없이 휑하게 비어있는 게 좋은지 웃으며 몇바퀴를 돌고 출근하는 나를 알아주러 뛰어오기도 한다. 그런데 콧물에, 설사에, 열까지 난다니 별 일 아니길 바랄 뿐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오늘 밤에는 올해 가장 큰 슈퍼블루문이 뜬다던데. 해열제 먹여 열 좀 가라앉으면 세식구 같이 나가 달이나 봐야겠다. 한가위는 아니지만 소원도 빌어야지. 아예 안 아플 순 없겠지만, 조금만 아프게 해주세요. 감기 열 번 걸릴 거, 한 번만 걸리게 해주세요. 그 한 번도 안 걸리게 해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착한 엄마로 살테니,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우리 아이 건강을 주세요. 산타할아버지, 달님. 모두에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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