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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lddae Sep 04. 2023

나은 줄 알았던 열감기가 다시 도진 날

금욜 반차내고 엄청 뛰었지...

아이의 열감기가 낫는 듯 싶다가 다시 도졌다. 벌써 일주일이 넘은 것 같은데, 주말 내내 괜찮다가 오늘 아침 등원 전 다시 미열이 났단다. 오후 출근하는 날이라 오늘 아침 아이 등원을 맡은 남편에게 '37.3도 미열'이란 문자를 받고 마음이 또 쿵 했다. 오늘도 '퇴근런'이다!


그렇치 않아도 지난 금요일에는 오후반차를 낸 참이었다. 원래는 친정집 식구들 모두 각기 일이 있는 날이라 하원을 맡을 사람이 없어 아직 입사 한 달도 안되어 연차가 생성되지 않았음에도 다음달 연차를 당겨서 반차를 냈다. 그런데 마침 금요일 아침부터 다시 열이 났다. 월요일부터 먹은 약이 효과가 있는지 이제 슬슬 나아가고 있구나..하며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또 친정에 '오전만 봐달라'고 사정한 후 아이를 친정집에 맡겼다.  오후 1시가 되자마자 나는 용수철 튕기듯 의자에서 일어나 집으로 내달렸다. 가는 와중에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선약이 있어 일찍 나가려다 아이를 보느라 약속을 미뤘다며 한숨을 쉰다. 나는 미안해 지금 가고있어 곧 도착하니까 언니 얼른 나가-라는 말 밖엔 할 수 없다. 집에 헐레벌떡 도착하니 언니는 없고 엄마와 남동생이 아이와 놀고 있다. 어제 야근을 해 늦게 출근해도 된다며 남동생이 오전 내내 아이와 놀아준 참이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언니는 왜 굳이 맘 졸이며 뛰어오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한숨을 쉬었을까. 허탈함과 여러가지 감정에 힘이 빠졌는데, 아이는 왜 이제왔냐는 듯 나에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여태껏 잘 놀았는데, 엄마 보더니 왜그래?"

우리 엄마, 외할머니가 아이를 보며 희안하다고 말한다. 아마 오전 내내 나쁜 감정을 숨기고 있다, 내 얼굴을 보니 화가 터져나오나보다. 아이는 울음을 가득 담고 엄마 저리가라며 날 때리는 아이를 제지하는데, 오전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죄책감, 짜증, 원망 등등이 눈물이 되어 나왔다.  나도 울먹이고 아이도 울먹이고. 우는 모습을 친정식구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입술을 잔뜩 깨물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달려오는 내내 생각했다. 아이가 아픈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아이 잘못은 더더욱 아니다. 내 스트레스가 , 내 출근을 돕느라 애쓰는 친정식구들 잘못도 절대 아니다. 그럼, 누가 잘못했기에 모두가 힘든 상황이 된 걸까. 결국 생각의 생각을 거듭해도, 아이가 아직 어림에도 일을 시작한 내 잘못이라는 결론밖에 나질 않는다. 일을 해선 안되는 거였? 그럼 내가 일할 권리는 어디에서 찾을까. 도와주겠다고, 일을 하라 했으면서도 매 상황마다 내가 눈치보게 만드는 친정식구들을 나는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때가 자주 있다. 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칮정 식구들을  이해할 수 없이 서운한 마음이 든다.  이럴거면 도와주겠다 하질 말던가! 소리지르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 어쨋든 하원 후 내 아일 봐줄 곳은 친정 뿐이니까. 한껏 눈치를 보고 아양을 떨고 뇌물을 사다바쳐도 달라지는 건 없다. 출근길은 고되고, 퇴근길은 촉박하다. 6개월만 참으면, 육아단축근무를 할 수 있으니 이 악물고 버티리라. 결국 내가 낳았고 내 아이니, 누굴 원망할 수 없다. 다른 이에게 그저 바랄 수도 없다. 단축근무 자격이 되기 전 일을 그만두던지, 6개월을 버티든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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