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전

입이 떨어지지 않아

by 상현달

따르릉~ 따르릉~


“김사전 선생님, 동철이 외삼촌이라는데, 전화 받아보세요.”

“네. 전화 바꿨습니다. 네......네........알겠습니다.”


보통 이렇게 교무실로 전화가 잘 오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전화가 온다는 것은 분명 집안에 급한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 경험상 가족 중 누가 다치거나, 아님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아들이 뭘 챙겨가지 않았다는 것을 꼭 선생님께 알려주고 싶은 엄마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사실 100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는 안타깝지만 첫 번째와 같았다. 동철이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알고 있기에 동철이 엄마의 전화도 아닌, 외삼촌의 전화는 더욱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의자에 앉아서 생각에 빠졌다. 이 내용을 동철이에게 어떻게 전할까, 무어라고 해야하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머리도 복잡하고 마음도 무겁지만 말을 하지 않을수는 없다.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다가 의자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터덜터덜 계단을 올라가면서 동철이에게 무슨말을 해야 하지 머릿속에 정리를 한다. 교무실에서 교실까지 가는 거리가 왜 이리 긴 줄 모르겠다.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2층이나 남았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교실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찬다.

똑똑!

“오지훈 선생님, 잠시만요....”


아직 수업은 끝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잠시 수업을 중단시키고 오지훈 선생님과 복도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 동철이 외삼촌이 전화기 너머로 전한 이야기를 그대로 오지훈 선생님께 전하자 선생님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휴~”


조용한 탄식이 복도에 울려 퍼진다.

“동철아, 가방 싸서 담임선생님 따라가렴”

“네?”


갑자기 가방을 싸서 담임선생님을 따라가라고 하니 동철이는 적잖게 당황한 표정이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복도로 나오는 동철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동철이에게 왜 이리 미안한지 모르겠다. 미안함, 안타까움, 걱정 등 온갖 생각들로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동철이를 쳐다보면 무슨 일로 갑자기 선생님이 찾아왔는지, 가방은 왜 싸라고 했는지 등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럴바에는 아무말 하지 않고 조용히 걸어가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3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다시 1층으로, 1층에서 교문으로, 교문에서 다시 차가 다니는 도로로 가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평소에는 이 시간의 길이를 잴 생각도, 재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을뿐더러 이 시간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출근하고 퇴근하는 평범한 길일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시간의 길이와 무게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택시! 택시!


“동철아, 외삼촌 집까지 만원 정도면 된다고 하니까 도착하면 기사님께 이 돈 드리면 돼.”

“네?”

“외삼촌 집 알지? 도착하면 혼자 외삼촌 집에 들어가.”


내 뒤를 따라오는 동철이의 표정은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어린 아이가 아니기에 지금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분명 어떤 불길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동철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는 것은 아무말 하지 않고 그저 만원 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주는 것 뿐이었다.


택시를 잡고 택시 기사에게 동철이 외삼촌으로부터 들은 집 주소를 말해주었다. 택시비는 대략 어느 정도 나올 것인가 물어보았다.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 동철이 손에 쥐어주고 작게 떨리고 있는 동철이의 손을 한 번 꼭 잡아주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동철이의 눈은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지만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은 동철이 마음이 엿보였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동철이가 예상한 불행한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철이는 왜 내게 이런 일어나지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것만 같아 보였다.

택시는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동철이를 싣고 조금씩 멀어져만 갔다.


‘동철이가 알았겠지! 분명 알았을거야.’


분명 동철이는 알고 있을 것이다. 교실에서부터 택시를 타는 그 순간까지 몸으로 맞딱뜨린 무거운 공기의 흐름을 읽었을 것이다. 이래서 학교로 오는 전화는 받고 싶지 않다. 학교로 오는 전화는 좋은 일이기 보다는 분명 좋지 않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 내 교직 생활에 또 한번 안타깝고 슬픈 전화를 받았다. 작년에는 이런 전화가 없어서 올해도 없기만을 바랬는데......


며칠이 지나면 동철이가 학교에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출석을 부르는 나를 바라볼 것이다.

무어라고 해야하지..... 무어라고 위로의 말을 해 주어야 하지......


도통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두 분 다 안 계신 학생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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