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버티는 법_2장. 엄마의 마지막 삼계탕

거짓말 속에 숨겨진 진짜 사랑

by 상현달

[오늘은 아들 몸보신 시켜줄 거야]

그날이 엄마와의 마지막 밤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엄마는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도, 부엌에서 뭔가를 끓이고 계셨다.

“엄마, 뭐 만드세요?”

“오늘은 아들 몸보신 시켜줄 거야. 삼계탕!”

삼계탕?

우리 집 형편에 삼계탕은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엄마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을 끓이셨다.

더운 여름 밤, 가스레인지 앞에서 국물이 우러나기를 기다리시는 엄마의 뒷모습. 이따금 국물 맛을 보시면서 간을 맞추시는 모습.

“엄마, 너무 더우시겠어요. 그냥 밥 먹어도 되는데...”

“아니야, 우리 아들 요즘 공부한다고 고생이 많으니까 제대로 된 걸로 해줘야지.”


[많이 먹어, 우리 아들]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삼계탕이 상에 올라왔다.

엄마는 가장 맛있어 보이는 닭다리를 떼어서 내 그릇에 올려주셨다.

“많이 먹어, 우리 아들. 이거 먹으면 힘이 날 거야.”

닭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집에서 먹어본 음식 중에 최고였다.

그런데 엄마는 거의 드시지 않으셨다. 국물만 조금 드실 뿐, 닭고기는 손도 대지 않으셨다.

“엄마는 왜 안 드세요?”

“아, 엄마는 음식 만들면서 먼저 먹었어. 아들 많이 먹어.”

나는 그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정말로 요리하면서 미리 드신 줄 알았다.

그래서 혼자서 맛있게 다 먹었다.


[거짓말 속에 숨겨진 진심]

나중에야 알았다. 그게 엄마의 거짓말이었다는 걸.

엄마는 나를 많이 먹이기 위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였다. 값비싼 닭고기를 아들에게만 다 먹이고 싶으셔서.

그게 엄마가 마지막으로 해주신 음식이었다.



어머니의 거짓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그 속에는 진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으니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엄마도 드세요'라고

더 많이 말해드렸을 텐데.

사랑은 항상 뒤늦게 깨달아진다.



지금도 삼계탕을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식당에서 삼계탕이 나올 때마다, “엄마 더 드세요”라고 말하지 못한 그때가 떠오른다. 그 미안한 마음이 가슴 한편에 남아 있다.

왜 그때 더 챙기지 못했을까. 왜 엄마가 안 드시는 걸 당연하게 여겼을까.


[어른이 된 지금 깨닫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엄마의 마지막 사랑 표현이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도 아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요리하시고, 자신은 굶으면서도 아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바라보시던 그 마음.

엄마의 사랑은 늘 그런 식이었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사랑.

누구나 자신만의 ‘마지막 삼계탕’이 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해준 음식, 마지막으로 보여준 사랑, 마지막으로 건넨 따뜻한 말. 그때는 평범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소중한 기억들.

“더 드세요”라고 말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억만큼은 평생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진짜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찾는다는 걸.

엄마가 마지막 삼계탕으로 가르쳐주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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