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낙하탄이 만든 기적
[평화로운 야간 근무]
12월 24일 11시 58분. 크리스마스 이브도 군대에서는 그냥 평범한 야간 근무였다.
소대원장 하나가 적색낙하탄 장치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건 적 비행기가 나타났을 때 밟아서 우리편에게 알려주는 긴급 장치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부주의하게 그걸 밟았다.
슈웅~쾅!
“와! 크리스마스 이브 불꽃축제다!”
갑자기 하늘이 밝게 빛났다.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처럼 밤하늘이 환하게 물들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와... 예쁘네. 근데 우리 다 죽겠구나.”
[딱 10초 후의 지옥]
그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한 지 딱 10초 후, 부대로 무전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야! 무슨 일이야!”
“왜 적색낙하탄이 터졌냐!”
“북한군 비행기가 발견됐냐!”
“비상 상황이냐!”
쉬지 않고 묻는 말이 이어졌다.
그 말에 한동안 답을 할 수 없었다.
[중대장의 분노]
중대장에게 전후사정에 대해 보고를 했다.
“뭐? 부주의로 밟았다고? 야! 지금 장난하냐!”
그날 받은 욕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욕이었다. 포장지는 화려했지만 안에 든 건 폭탄이었다.
“이런 멍청한 것을 어떻게 믿고 나라를 맡기냐!”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은 내 잘못이 되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본 밤하늘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 밤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적색낙하탄이 터지면서 만든 그 빨간 불꽃이 어둠 속에서 꽃처럼 피어났고, 그 순간만큼은 진짜 크리스마스 같았다.
물론 그 대가로 오랫 동안 갈굼을 당했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때로 가장 큰 실수에서 나온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적색낙하탄처럼.
완벽한 계획보다
예상치 못한 실수가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어른이 된 지금 깨닫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실수가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완벽하게 계획된 크리스마스보다, 우연히 터진 적색낙하탄이 만든 밤하늘이 더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웃픈 상황을 함께 겪은 소대원과의 기억이 더 깊이 남았다.
실수도 때로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날 배웠다.
[모든 어른들의 크리스마스 이브]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만의 ‘적색낙하탄’ 순간이 있다.
계획에 없던 실수들, 예상치 못한 사고들, 당황스러운 상황들. 그런 순간들이 당시엔 재앙같이 느껴지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가장 특별한 기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다. 화를 내느라 바쁘지 말고, 잠깐이라도 ‘그래도 예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인생의 가장 완벽한 순간들은 불완전한 계획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때 함께 “우리 다 죽겠구나”라며 웃었던 소대원들이, 지금도 가장 그리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