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버티는 법_8장 중대장이 나를 괴롭힌 날들

군대판 갑질의 기록

by 상현달

[죄송하다는 말 뿐]


“어떻게 교육한 거냐!”

입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중대장의 갑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소대원 중 누군가 한 명이라도 실수할 때마다, 중대장은 공개적으로 나를 불러내 쪼인트를 눌러 까고 날라차기를 했다.

“야! 소대원들 어떻게 교육한 거야!”

“죄송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업드려뻗쳐!”

그렇게 온 소대원이 함께 벌을 받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연대책임이라는 이름의 집단 괴롭힘이었다.


[밤새 근무 후에도 잠은 사치]


가장 힘든 건 밤샘 근무 후의 아침이었다.

밤새 GOP 순찬을 돌고 와서 오전에 잠을 자야 하는데, 중대장은 잠을 재우지 않았다.

“야, 일어나! 스타크래프트 한 판 해야지!”

잠은 사치였고, 게임은 의무였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숨겨진 룰이 있었다.

중대장이 게임에서 이겨야만 본인의 막사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너무 쉽게 지면 “야, 성의 없이 하냐?”고 화를 내고, 너무 잘하면 “야, 나한테 이기려고?”라며 화를 냈다.

아슬아슬한 승부를 연출하는 게 내 임무였다.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이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 크레모아 사건]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그날은 마른 하늘에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져 크레모아 3개가 터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곳에서 실제 크레모아를 처음 봤다. 당연히 설치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중대장의 지시는 명확했다.

“야, 너 혼자 가서 다시 설치해.”

“저... 저는 해본 적이 없는데...”

“위험한 작업이니까 너 혼자 해. 다른 놈들 다치면 안 되잖아.”


[30도 여름날의 지옥 같은 2시간]


30도가 넘는 여름날, 나는 혼자서 크레모아 3발과 삽, 포대 등 20kg이 넘는 재료들을 더블백에 넣고 현장으로 향했다.

2시간 넘게 혼자서 낑낑대며 설치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매뉴얼도 없이, 그냥 감으로 맞춰갔다.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손은 부르트고, 등은 아팠다. 하지만 “위험하니까 혼자 하라”는 명령 때문에 도움 요청도 할 수 없었다.

“또 벼락이 떨어졌다면...”

몇 일 후 돌아보니, 그날 또 벼락이 떨어졌다면 정말 죽을 뻔한 사건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금속 재료들을 들고, 허허벌판에서, 혼자 작업하는 상황. 번개가 치는 날에 가장 위험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위험하니까 너 혼자 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그제야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보호하고, 나만 희생양으로 내보낸 것이었다.



진짜 무서운 건 권력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의 유치함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그 끔찍한 유치함.

‘위험하니까 너 혼자 해’라는 말 속에

숨어있는 진실:

다른 사람은 보호하고

너만 희생양으로 내보내겠다는 뜻.



[20년 후, 맡겨진 일을 하면서]


20년이 지나 내가 학교에서 여러 업무를 할 때, 위급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항상 그날이 떠오른다.

“선생님, 저랑 같이 가시죠.”

“위험한 일은 경험 있는 사람이 해야죠.”

절대로 초임 선생님이나 경험 없는 사람을 혼자 보내지 않는다. 그때의 내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


[어른이 된 지금 깨닫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 중대장도 누군가의 희생양이었을 것이다. 상급자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가장 만만한 우리에게 풀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생명이 걸린 일에서는.

권력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약자를 희생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모든 어른들의 ‘크레모아 사건’]


누구나 직장에서 자신만의 ‘크레모아 사건’을 경험한다.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을 경험 없는 신입에게 떠넘기는 상황들. “너 혼자 해봐”라는 무책임한 지시들.

그럴 때 기억하자. 진짜 리더는 위험한 일에 먼저 나선다. 그리고 당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된다면,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

경험은 나누는 것이고, 위험은 함께 감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생 많았다. 다치지 않고 살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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