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꺼지지 않는 녹색 불빛

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by 상현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았다. 퇴근 후의 해방감도, 휴식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연구소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면, 도시 전체가 더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CCTV와 자동차의 블랙박스, 사람들의 스마트폰 렌즈 하나하나가 모두 나를 감시하는 ‘그’의 눈처럼 느껴지는 지독한 편집증. 하진은 현관문의 디지털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면서도 등 뒤에서 서늘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집은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성역이었다. 오직 그녀의 지문과 그녀의 규칙만이 존재하는 작은 요새. 그녀는 현관문을 닫고 이중 잠금장치를 걸자마자, 마치 오랫동안 숨을 참았던 사람처럼 거친 숨을 토해냈다. 어깨를 짓누르던 투명한 갑옷을 벗어던지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한 자신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기계적인 동작으로 샤워를 하고, 헐렁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식욕은 없었지만, 살기 위해 냉장고에서 우유 한 팩을 꺼내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습관처럼 자신의 노트북을 켰다. 동생 유준의 심박동기를 관리하는 공식 의료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기 위해서였다. 화면에는 안정적인 심박수와 정상적인 배터리 잔량이 표시되고 있었다. 다정한 의사의 코멘트와 함께.


하지만 하진은 이 모든 것이 잘 짜인 연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데이터는 진짜이면서 동시에 가짜였다. 강도운이 허락했기에 ‘안정적’인 것일 뿐, 이 평화는 그의 마우스 클릭 한 번에 산산조각 날 수 있는 살얼음판이었다. 그녀는 그의 손아귀 안에서 잠시 허락된 평화를 감시하며 안도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누나였다.

그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의 무늬가 낯선 암호처럼 보였다. 잠들어야 했다. 내일도 지옥은 어김없이 문을 열 것이고,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의 정신이라도 차려야 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강도운의 그 서늘한 미소가 떠올랐고, 귀를 막아도 동생의 심장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환청이 들렸다.


얼마나 뒤척였을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문득 시선이 방 한쪽 구석 책상 위로 향했다.

그곳에 놓인 개인 노트북.

분명 전원을 꺼두었는데, 어째서일까.

웹캠 렌즈 옆, 아주 작은 녹색 불빛 하나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깨어난 파충류의 눈처럼, 냉정하고 집요하게, 그녀의 침대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감각.

차가운 얼음물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충격.


‘보고 있다.’


그녀는 카메라를 켠 적이 없었다.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체제 커널 레벨까지 접근을 막아두는 자신만의 방어 코드를 심어둔 노트북이었다. 그녀 자신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이 노트북의 하드웨어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없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저 녹색 불빛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지만, 천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 집, 내 방.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이 공간이, 이제는 사방이 유리로 된 감옥이 되어버렸다. 그는 연구소에서의 내 모습뿐만 아니라, 가장 무방비하고 나약한 나의 사적인 모습까지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절망에 빠져 눈물을 흘릴 때, 공포에 질려 잠 못 이루고 뒤척일 때, 그 모든 순간을 관음하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어둠 속에서 액정 불빛이 번쩍이며, 발신인의 이름을 띄웠다.

[강도운]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단 한 줄의 문장.


[잠옷, 예쁘네. 내가 선물한 거.]


아.


지난번, 그가 ‘고생하는 것 같아서요’라며 건넸던 선물 상자. 그 안에 들어있던 바로 이 잠옷. 당시에는 그의 세심함에 잠시나마 감동했던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그는 처음부터 이 순간을 계획했던 것이다. 자신이 준 옷을 입고, 자신의 감시 아래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그것은 단순한 감시가 아니었다. 완벽한 사육이었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꺼지지 않는 저 작은 녹색 불빛은, 24시간 나를 감시하는 간수의 눈동자이자, 내 목에 채워진 목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시시각각 상기시키는 낙인이었다.

하진은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이 지옥에는, 출구라는 버그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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