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완벽한 고립

Love119: 나는 너의 가장 완벽한 지옥

by 상현달

강도운의 ‘신의 지휘실’이 완성된 이후, 하진의 삶은 더욱 빠른 속도로 침식되어 갔다. 그녀의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감시당하자, 그녀는 생각하는 법조차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어떤 코드를 짜기 전에, 어떤 자료를 검색하기 전에, 그녀는 먼저 강도운의 의도를 예측해야 했다.


‘그가 이 코드를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그가 좋아할까?’

그녀의 모든 사고는 강도운이라는 필터를 거쳐야만 했다. 그녀는 점차 자신의 의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그의 통제는 연구소를 넘어, 그녀의 인간관계 전반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수석님, 주말에 민지 씨 만나기로 하셨네요?”

어느 날, 강도운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민지는 하진의 대학 동기이자, 이 지옥 속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였다. 최근 하진의 목소리가 좋지 않은 것을 걱정한 민지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 온 참이었다.

하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친구와의 사적인 메신저 대화까지, 그는 모두 보고 있었다.

“그 친구, 선배님께 별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아요.”

강도운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몇 번 두드리자, 하진의 스마트폰 화면에 민지와의 대화창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는 커서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선배 손으로 직접 보내세요.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고.”

“뭐라고? 내가 왜... 민지는 내 유일한 친구야!”

“유일한 친구는 나여야지, 하진아.”

그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의 모니터 한구석에 있던 유준의 심박수 그래프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리듬에 불협화음이 끼어들었다.


“쓸데없는 관계는 정리하는 게 좋아. 그런 불완전한 유대감은 선배를 나약하게 만들 뿐이야. 오직 나와의 완벽한 관계만이 선배를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하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녀는 울 수 없었다. 그녀가 눈물을 보이는 것조차 그의 ‘조련’ 시나리오 안에 포함된 것일 테니까.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유일한 친구에게 가장 잔인한 문장을 입력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마. 귀찮게 굴지 말고.’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민지에게서 물음표가 가득한 답장이 날아왔다. 하지만 하진은 더 이상 답할 수 없었다. 강도운은 하진의 손으로 민지의 번호를 차단하고, 모든 대화 기록을 삭제하게 했다. 그녀와 세상 사이를 잇던 가장 튼튼했던 다리 하나가, 그렇게 허무하게 끊어졌다.

며칠 뒤, 팀장이 그녀를 조용히 불렀다.


“서 수석, 요즘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내가 아는 상담 센터가 있는데,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나?”

팀장은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 기회를 잡아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하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강도운이 먼저 움직였다.


그날 오후, 팀장은 익명의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 안에는 팀장이 회사의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상세 내역과 증거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가 가족과 함께 갔던 고급 레스토랑, 주말 골프장 예약 내역까지. 그 누구도 몰랐던 그의 비밀이었다. 메일의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서하진 수석에게서 손 떼. 그녀는 당신이 걱정할 사람이 아니야.’


그 후로 팀장은 다시는 하진에게 개인적인 말을 걸지 않았다. 그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죄인처럼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불안정한 상태를 염려하며 내밀었던 마지막 동아줄은, 도리어 그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되어 돌아왔다.

하나둘씩, 하진의 주변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다.


그녀에게 말을 걸던 동료들은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알 수 없는 루머에 휩싸여 곤란을 겪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치부가 담긴 협박 메일을 받았다. 강도운은 하진과 세상 사이를 잇는 모든 다리를 폭파해버렸다. 이제 하진의 세계에는 오직 강도운의 목소리만 들렸다. 그의 칭찬과 비난, 그의 명령과 속삭임만이 유일한 이정표가 되었다.


그는 신이었고, 법이었으며, 유일한 구원이자 지옥 그 자체였다.

그녀는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광활한 우주에 홀로 떠 있는 행성처럼, 오직 ‘강도운’이라는 거대한 태양의 궤도를 맴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세계에는, 이제 정말로 아무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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